대리석으로 빚었든 도금된 것이든 군주의 기념물이
이 힘 있는 시보다 더 오래 살아남을 순 없을 거야
그렇지만 그댄 이 작품들 안에서 더 밝게 빛나겠지
음탕한 세월에 더렵혀진 저 너저분한 돌보다는 말야.
소모적인 전쟁이 조각상들 거꾸러뜨릴 날이 온대도
그 난리통에 석조공들이 만든 것들 뿌리뽑힐 때도
軍神 마르스의 칼이나 전쟁의 맹렬한 화염이
그대를 기념하는 이 생생한 기록 사르진 못할 거야.
죽음에, 또 모든 걸 망각 속에 묻는 적대감에 맞서
그대는 전진할 거고 그대 칭송은 끊이지 않을 거야
이 세상이 다 닳아 없어져 종말의 운명에 이르러도
그 시대 살아갈 이들의 눈에서조차 그댄 보일 거야.
그리하여 그대 다시 일어서게 될 저 심판의 날까지
그댄 살지, 이 시에, 그댈 사랑하는 이들의 눈 속에.
폭력과 망각에 맞서는 소네트55
생생히 기록한 영생의 사랑 넘어
산 자의 눈에 부활시키는 게 예술이다.
셰익스피어의 소네트는 10음절짜리 행 14개(4_4_4_2 구조)가 규칙적 라임(각운)과 함께 움직이는 정형시다.
총154편 중 빼어난 것을 고르고, 동시대적 사운드를 입혀 새로 번역하면서
지금-여기의 맥락속에서 읽는다.
(신형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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