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안 보이던 A 가 얼굴이 헬쓱해지고 퉁퉁하던 뱃살이 줄어 들어,
"나 이젠 다이어트 안 해도 돼."하며 너스레를 떨면서도 지친 표정으로 웃는다.
친정 어머니가 힘든 무릎 수술 후유증으로 인하여, 그 수술이 노인네에겐 너무 무리였는지,
그만 치매기가 나타나 그 딸을 아주 못살게 군다고 한다.
막무가내로 곁에 앉혀 놓고 꿈쩍을 못하게 한다고 하며 한숨을 푹 내 쉰다.
또 다른 B는 시아버지가 시골에서 올라 오시어 같이 살겠다면서,
아예 렉스턴에다 한 짐 잔뜩 싣고 오셨으니 어쩌면 좋으냐,
내 인생, 이제 꽃도 피워 보지 못하고 시들어 간다고 하며 큰 걱정을 하고,
다른 C는 시아버지가 시키지 않게 온수 장판을 무려 150만원씩이나 주고 사 오셨다면서 못마땅해 하고...
여인네들 수다로 흘려 버리기에는 너무 심각해 하는 것 같아, 듣는 나도 썩 맘이 좋지가 않다.
그들을 달래 본다.
너무 그러지 마라. 우리도 이제 얼마 안 있어 그런 때가 곧 닥쳐 온다.
앞으로 10년쯤 후에 우리의 자식 며느리들이 우리를 어떻게 대할지, 그걸 어찌 알 수 있느냐?
지금 얘기하듯, 우리도 그렇게 천덕꾸러기가 된다면 우리 인생이 너무 허무해지는 것 아니냐?
그러지 말고 생각을 조금만 바꾸어 봐라.
모시고 싶어도 모실 부모가 없는 자식들도 있다. 그들이 하는 얘기를 듣지도 못하였느냐?
아파 병석에 누워 계시더라도, 그래도 엄마 아버지가 살아 계신게 좋다고 하지 않느냐?
이담에 돌아가신 후에 후회 하지 말고 살아 계실때 잘 모셔라.
애 커서 어른 되고, 며느리 커서 시어미 된다.
그 말이 그들 귀에 들어 올까.?
지금 당장 눈앞에서 벌어지는 끔찍한(?) 일인데.
누구도, 자기에게 닥치지 않은 불행은 쉽게 쉽게 얘기하지만, 당사자의 입장은 그게 아닌 것이다.
"남의 말이라고 엄청 쉽게하네" 이런 심정이 들지 않겠나?
"나도 여러분들이 하는 얘길 들으니 불안해 진다.
지금쯤 내 며느리도 어딘가에서, 여러분들이 지금 얘기하듯 내 흉을 볼 게 아닌가?
내 곡조가 별안간 슬퍼지네."
얘기는 거기서 끝나고야 말았다.
이 땅의 노인네들. 이 땅에서 늙어 가는 노인네들의 앞날이 심히 걱정이 된다.
너,나 할 것 없이 늙은 것을 싫어하니, 어쩌란 말인가? 어찌 늙지 않고 살 수 있단 말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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