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영웅의 조건

甘冥堂 2011. 11. 12. 03:05

조선소 크레인에 올라가 300여 일을 버틴 어떤 여자가 거의 영웅대접을 받는다.

그 여자도 참으로 대단하다. 여자의 몸으로 그 높은 크레인에 올라가 300여 일을 버텄다니 놀랍다.

그  밑에서 그녀의 먹을 것과 대소변을 갈아준 어떤 여인도 있고, 지방에서는 유명하다는 어느 정치인도  철탑에서 내려온 여인 옆에서 아주 만족스런 웃음을 띄고 있다. 마치 자기의 승리를 만끽하듯.

이게 우리나라의 현주소이다.

 

개별 기업에 노동단체의 임원이 끼어 들어 파업을 부추기고, 무슨 영화 배우인가 하는 여자도 한몫한답시고 끼어들고, 희망 버스라는 이름의 희한한 버스가 사람을 실어 나르고, 국회의원이라는 자들은 서로 그 곳에 얼굴을 못 내밀까봐 아귀다툼을 하고. 그 회사 회장인가 하는 사람은 국회 청문회에 나와 굽신굽신하고,,

 

단순하게 비유하자면, 짜장면 집을 개업했는데 운이 좋았던지 세월이 좋았던지 계속 번창하여, 종로에도 한 곳 내고 영등포에도 지점을 내고 하여 잘 나갔다.  마음이 흥흥해져 종업원들에게 보너스도 주고, 배달사원들에게 오토바이도 좋은 걸 사주고, 주위 환경도 좀 좋게 꾸미고 하던 중, 경쟁업체도 생기고 경기도 시원치 않아 영업이 종전만 같지 않게 되었다. 하여 지점도 한두 곳 패쇄해야 했고 종업원도 좀 줄이고, 오토바이 배달도 자전거로 대체하고.. 몸집을 줄일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종업원들이 들고 일어났다.  종업원을 왜 줄이느냐, 지점을 왜 폐쇄하느냐, 월급은 왜 줄이느냐, 오토바이를 왜 자전거로 대체하느냐. 하며 난리를 친다.

 

주인이 생각하는 것과는 반대로, 짜장면집은 완전 거덜이 날 지경에 이르렀다. 아예 때려 치우자니, 그랬다가는 어느 손에 맞아 죽을지 모른다. 그냥 버티자니 의욕도 없고 그 악마구리 끓듯하는 것을 볼 엄두도 안난다.  별의별 오만 오사리 잡놈이 끼어든다. 규모만 다를 뿐 내용은 이럴진데, 일개 회사의 노사 관계에 무슨 조직의 지도 위원은 뭐며, 여배우는 뭐며, 국회의원은 또 뭔 짓인가? 그렇게 할 일이 없는가? 

 

우리나라에서 영웅이 되는 것은 간단하다.

일단, 반드시 무슨무슨 조직, 연맹, 연대라고 이름한 단체에 가입하여야 한다. 그래야 나중에 메스컴에 오르내리는데 유리하다. 그리고는 무슨 부조리 같은 것을 한건 물고 늘어져, 시청앞 같은 곳에 주저앉아 생쑈를 하여 매스컴에 한번 올랐다 하면, 바로 영웅이 되는 것이다. 매스컴은 아무나 타나?  어딘가에서 무슨 조직에서 부추겨 줘야 가능하지? 자해, 분신, 철탑, 하다 못해 한강 대교 꼭대기에서 약간의 정치적 명분으로 쑈만 하면 바로 영웅이 되는 것이다. 비겁하기 이를 데 없다. 그걸 부추기는 세력은 말할 것도 없고. 영웅은 무슨 놈의 영웅이냐? 민심만 혼란케하는 범법자들이지. 이성을 가진 자들이 할 짓이 아니다.

 

지난일을 더듬어보건데, 경부고속철도 공사중에 천성산 도룡룡인가 뭔가를 위해 단식을 한 어떤 여자 중, 또 사패산 터널을 뚫는다고 죽음을 불사하던 그는 지금 어떤가? 국가와 사회에 엄청만 낭비와 갈등만 안겨준 그 영웅(?)들은 지금 무얼하는가?  목숨걸고 주장한 바를 지켜내지 못했다면 당연히 무슨 변이라도 있어야 할 것이 아닌가?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면 왼 국민이 미쳐 죽는다고 설치던 자들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광우병에 걸려 죽은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되는가? 그들 주장이 잘못되었다는 것이 판명되었으면 그것을 부추기던 자들은 양심적 신념으로 이미 무슨 사단이 나야 마땅하지 아니한가? 너무나 무책임하고 뻔뻔스럽고 가증스런 자들이 아닌가? 아니면 말고. 세상은 넓고 개판 칠 일은 천지인데..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사회. 일단 질러 놓고 보자는 사회. 이런 사회가 과연 발전할 수가 있는가? 

무슨 꺼리가 없어 안달하는 사회. 무슨 트집이라도 잡아 그걸 구실로 먹고 살아야하는 단체 조직들..

이게 제대로 된 나라인지. 아사리판 사회인지 모르겠다. 

 

영웅은 시대가 만든다 하더니.

이판에 영웅 한번 되어 보는 것도 의미있는 게 아닌가, 썩은 苦笑를 날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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