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66만원의 젖은 세대

甘冥堂 2011. 11. 18. 10:14

요즈음 젊은 세대를 88만원 세대라고 하는데 무슨 근거로 그러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청년 실업이 하도 많으니 아마 그럴것이라고 생각은 든다.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 자랄 때만해도 웬만한 고등학교를 나오면 취직하여 식구들 먹여 살리고 공부 시키고 하는 데에는 별 불편이 없었는데. 요즘은 대학을 나와도 할 일이 없어 백수 생활을 하니, 세상살기가 참 어렵구나 생각된다.

 

그땐, 주유소 도매상 주류판매원 등을 구한다고 학교로 구인 정보가 오게 되면 선생님이 보내주는대로 가서 일하곤 했다. 그 중에 은행도 있고, 공무원도 있고, 물론 대기업도 있었지만, 하여튼 일을 하고자 하면 일 할 곳은 얼마든지 있었다. 굳이 대학에 가지 않고서도 걱정없이 살았는데, 요즘은 어디 그러한가? 무조건 대학을 나와야 되는 것처럼 난리다. 고등학생의 80%가 대학을 간다고 하여 그 비율이 세계 최고라하니 뭔가 조금은 잘못되지 않았나?

 

그 비싼 등록금 내고 졸업해 봐야 일자리가 없다고 한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일자리는 많다. 대학 졸업자의 레벨에 안 맞는다고 스스로 기준을 정해 놓으니 그게 문제가 되는 것이다. 과연 일 할 곳이 없는가?

 

조카가 대학을 나와 집에서 빈둥빈둥하고 있기에, 그의 아버지에게. 조그마하게 철물점이나 내어 주게. 썩지 않는 물건이니 재고 염려할 것도 없고, 자본도 크게 들지 않고, 어디 빈터 조금 빌려서 하나 내 주면 제 밥 벌이는 할 게 아닌가? 일이 년 단기적으로 보지 말고 앞으로 10년 이후를 생각해 보게. 시원치 않은 직장에 다니는 것 보다는 백번 나을 것일세. 라고 했다. 그 반응이 너무 시큰둥했다. 어물어물 대답을 하지 않으니 뭐라 할 말이 없다. 자식을 대학까지 졸업시켰는데 철물점을 하라니 그게 말이 되나.하는 심정임을 바로 알수 있었다. 조카 자신도 그렇게 생각하고, 그 부모도 그리 생각하니, 그 대학이라는게 도대체 뭔지. 대학을 나오면 꼭 책상 머리에 앉아서 펜대나 휘둘러야 하는건지. 답답하다.

 

신문지상에, 노후 문제에 대해서 일본의 예를 들어가면서까지 그 암울한 노인의 미래를 걱정한다.. 요지는 늙어 오래 사는 게 미덕은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단정적으로야 그리 말 할 수는 없겠지만 그 행간은 그렇다는 것이다. 더구나 늙은 남자는 그야말로 '가을비 내리는 날 구두에 붙은 낙엽' 같은 신세라고까지 하니 그 신세가 처량하다. 노 부부 중 할머니의 생각은, 늙어서 까지 남편 밥 해 주고 빨래해 주면서 건사해야 하나. 차라리 남편이 없는 게 속 편하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70%가 넘는다고 한다. 늙은 남자들은 이제 그만 사라져야하는 것이다.

동창들과 등산을 하는데, 그 부인들이 수다를 떤다. 남편이 50대에는 죽어줘야 '아이구 착한 것' 한다 하니, 앞으로 몇년 더 살면 무슨 소리를 듣게 될지 두렵다.

 

개인적으로 월 66만원의 연금을 타게 된다. 공무원들이나 교사 군인들에 비한다면 조족지혈이나 내게는 그저 감지덕지할 뿐이다. 그게 어딘데. 은퇴하고 나서 연금 적립한 것을 다 찾았다 하니, 어느 선배가 강력하게 만류 한다. 다시 입금시켜 연금 자격을 유지하라고. 그 선배 말에 따른 것이 이제 와서 생각하니 참으로 잘 한 것이다. 그때 그 돈 찾았다면 지금쯤 홀랑 다 없어져버렸을 것이 자명하다. 고마운 그 선배 지금쯤 어디에 있는지...

 

앞으로의 생활은 죽으나 사나 이 66만원에 의지하며 살아야 한다.

자식들 도움받기도 싫고, 또 누구에게 아쉬운 소리하며 빌붙을 생각도 추호도 없다.

그래서, 한 동안은  어디 동남아에 가서 살아 볼까 하고 돌아다닌 적도 있다. 그것도 옛날 이야기지.

동남아, 중국도 이젠 물가가 많이 올라 그 돈으로는 어림도 없다.

안으로 눈을 돌려 저 깊은 산속에 들어가 道 닦듯 살면, 겨우겨우 살 수는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관건은 세속에 대한 집착을 어떻게 내려 놓느냐가 문제이지.

 

66만원 세대.

지금 젊은이에 비해서는 가격경쟁력이나 인생 효용성에 있어서나 모든게 불리하기만 하다.

감히 비할 바는 아니지만, 그렇다는 얘기다.

젖은 낙엽.

남의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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