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天地不仁-하늘은 인간에게 어질지 아니하다.

甘冥堂 2011. 12. 3. 13:04

天道無親(천도무친) 常與善人(상여선인)이라고

'하늘의 도는 사사로운 친함이 없이 엄정하여 항상 착한 사람과 함께 한다.' 라는데 과연 그러한가?

 

공자가 극구 칭찬해 마지 않았던 안연(顔淵)이 항상 먹을 게 없어 술지개미 조차도 실컷 먹어 보지도 못하고 32세에 죽었을 때,  공자님도 "하늘이 나를 망쳤다"고 통곡하였다는데 이는 안자가 착하지 못하여 그리 되었는가?

저 극악무도한 도척(盜척)은 매일 같이 죄없는 사람을 죽여 그 고기를 회쳐 먹으며 수천 명씩 작당하여 천하를 횡행하였음에도 천명을 다하고 죽었으니 그는 과연 착하여 그리되었는가?

老子도 이와 비슷한 뜻으로 천지불인(天地不仁) 이라, 하늘은 절대 인간에게 인자하지 않다 라고 하였다.

 

부귀한 사람은 더욱 부귀하고 가난한 자는 더욱 가난하게 되는 게 지금의 세상이다. 가난한 자에게는 더욱 가혹하고 부귀한 사람에게 관대한 것이 天地의 道에 합당한 것인지, 옛 선인들의 말씀이 과연 맞는지 틀린지 알 수가 없다. 가난한 자에게는 다만, 하늘이 무심하다는 점에서는 틀림이 없을 것 같다.

너무 불공평하지 않은가?  뒷간에서 태어난 쥐와 곳간에서 태어난 쥐가, 날 때부터 운명적으로 귀천을 타고 났다고 한다면, 그리하여 인간 세상도 그와 같을 것이다라고 생각한다면?  만약 그렇다면 세상은 얼마나 삭막한가?

 

우리나라 청년들을 대상으로 여론 조사를 해 보니 '자수성가는 절대 할 수 없을 것이다' 라는 응답이 60%를 넘는고 한다. 젊은이들의 생각이 너무 비관적이고 그들답지 못하다. 자수성가를 할 수 없다는 말은, 뭘 어떻게 하며 살겠다는 것인가? 부모밑에서 캉가루 새끼 모양 얹혀서 살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이곳 저곳 떠돌아 다니며 남에게 빌붙어 살겠다는 것인지. 가정을 꾸리지 않고 혼자 살겠다는 뜻인지. 무슨 생각으로 살겠다는 것인지 그 다음이 궁금 하다.

한편으로는 그들의 젊은이 답지 못함을 탓하기 전에 그들의 생각이 이렇게 까지 나약하게 된 환경에도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 그 환경이라는 것을 사회전체가 만든 것이니 지금을 살고 있는 모두의 탓이 아니겠는가?

 

누구을 탓하기 전에 스스로를 돌아 볼 일이다. 도대체 하늘이라는 절대자와 인간은 무슨 관계가 있는가?

의지 약한 인간이 마지막으로 기댈 곳이 하늘일진데, 그 하늘이 인간에게 친하지도 아니하고 인자하지도 않다 하니, 그저 제 힘으로 제 삶을 개척해야 할 밖에 도리가 없지 않은가?

 

우리는 무슨 일을 할 때 운칠기삼(運七技三)이라, '하늘의 운이 7할이고 자기 노력은 3할 뿐 이라'고도 하고, 모사재인 성사재천(謨事在人 成事在天)이라 '일을 도모하는 것은 인간에 있으며 일을 이루는 것은 하늘에 있다' 라고도 한다. 모두 다 하늘의 뜻에 맡긴다는 것이니, 선인들은 이미 그걸 염려하여 미리 방패막이로 天道無親이니 天地不仁이니 하는 말을 만들어 경계를 했음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