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게 산다는 건 좋은 것인가?
요즘은 무엇이 그리 바쁜지 정신이 없다. 술 마시는 건 말할 것도 없고 누구 만나는 것도 다음 기회로 미루곤 한다. '백수 과로사' 한다더니, 하는 일 없이 바쁘기만 하다.
집사람과 외출 할 때에도 문밖에서 단 몇 분을 기다리지 못하고 빨리 나오라 재촉하고, 식탁에 앉아서도 식구들이 다 앉기도 전에 빨리 달라 채근 한다. 교통 체증이 두려워 지하철만 타고 다니고, 주말에는 사람들 붐빌까봐 아예 외출도 아니하고 한가한 주중에만 돌아다닌다. 길거리에다 시간 뺏기는게 아깝기 때문이다.
책을 보아도 그냥 설렁설렁 건너 뛰기 일수다. 한 권을 제대로 정독해 본지가 언제인지 모른다. 바쁜 마음으로 읽으니 다 읽고 나서도 무엇을 읽었는지 머리에 남는 게 하나도 없다. 며칠 지나 다시 읽으면 전혀 새로운 느낌이 든다. 분명 연필 자국도 있고. 밑줄도 그어 놨는데 그게 전혀 생소하게 느껴지니 어찌된 일 인가?
하루일을 끝내고 자리에 누워 그날 한 일을 곰곰히 되새겨 보아도, 오늘 무얼 했지? 얼른 생각이 떠오르지 않는다. 기억력의 문제가 아닌 다른 원인이 있는 게 틀림없다. 어느 조사결과에서도 기억력은 나이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것으로 발표되는 걸 봐도 그렇다. 물론 내게 유리한 쪽으로 해석한 것이기는 하지만.
무얼 향해 그리 바쁘게 달려 가는가?
저 앞에 무작정 달려 가는 무언가를 잡으려고 그리하는가? 달려가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일부러 늑장도 부려 보고, 낮잠도 자 보고, 일찍 잠자리에 들기도 해 보고. 그러나 그런 것들과 바쁜 마음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것 같다.
중국의 朱自淸이 그의 산문 <총총>에서 "우리들의 시간은 왜 한번 가면 다시 돌아오지 않는가?"하며 탄식하는 글을 읽으며 일응 동감도 하고, '그런 걸 가지고, 뭘!' 하는 대수롭지 않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총총'가는 것이 어디 시간 뿐이랴?
바쁘기만한 마음.
년말이 되어 스산한 마음이 더해져 그런 것 같다.
문득, 기억이 난다.
내 평생에 영어 문장 외우고 다니는게 딱 하나 있다.
"The more hurry, the less speed."
고등학교 시절, 졸업기념 Sign 지에 써 남긴 것이다. 후배가 보고 칭찬(?) 했다.
"급할수록 천천히 하라."
이 글을 떠 올리며 바쁘기만한 마음을 누그려뜨려 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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