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 빈티지 2.55라지 663만원, 구찌 인터로킹 G테슬 대형338만원. 루이비통 알마 203만원.
이름도 괜찮게 들리지요? 영어 같기도하고 불란서, 이태리 말 같기도 합니다.
여성 핸드백의 가격입니다. 상당하지요?
이걸 어깨에 메고 들고 압구정동 청담동 거리를 활보하면 세상 사람들이 모두 우러러 봅니다.
영등포나 미아리에서는 그걸 알아보는 사람이 별로 없으니 기분이 썩 좋지는 않습니다.
더구나 한밤중에 들고 다니면 색상이나 모양이 잘 안보이니 한낮에 들고 다녀야합니다.
그러나 근사한 호텔이나 레스토랑은 밤이 더 화려하니 안 들고 다닐 수는 없겠지요.
그걸 들고 버스나 지하철을 탈 수는 없는일. 그렇다고 티코나 프라이드 같은 소형차는 더더욱 안되지요.
옷도 길거리표 몸빼나 허접한 등산복, 오리털 쟈켓을 입으면 전혀 안 어울립니다.
머리도 어느 골목에서 파마하여 뽀글뽀글 볶고 다니면 그도 좀 그렇고..
대문을 나설때, 머리 숙여 철문을 기어 나오거나 연탄재 쌓인 좁다란 골목길을 걸어 나온다면 그거 못할 짓이지요.
그러니 그 가방 하나 들고 다니려면 호화스런 집에, 고급 승용차에. 싸롱 옷에, 콧털 기른 남자 이용사가 운영하는 헤어 살롱에,.. 모든게 구색이 맞아야겠지요. 몸매가 받쳐주어야 하는 건 말할 것도 없고.
드럼통에 뺑끼 칠하고 그 좋은 가방 들고 나서면 가방이 부끄러울터이니. 그건 참으로 고민스러운 일입니다.
요새는 어떤 여자 검사가 부적절(?)한 추문과 함께, 밴츠 승용차에 그 유명하다는 명품 가방을 받았다가 아주 큰 망신을 당하고 있습니다. 사실 '부적절'이라는 말은 클린턴 前 미국 대통령과 르윈스키라는 임시직 여비서와의 엽색 행각 때 쓰던 묘한 단어인데, 저 여 검사한테는 별로 안 어울릴 것 같지만서도.
소비를 비난할 생각은 절대 없습니다. 소비가 있어야 생산이 늘어나고 경제가 돌아가는데 그 소비를 못하게한다던가 비난을 하면 절대로 안 되는 것입니다. 과소비? 그것도 할 사람은 해야 합니다. 사실 소비와 과소비의 구별은 별로 뚜렷치 않습니다. 온 몸을 다이아로 휘감고 수억짜리 승용차에 자가용 비행기를 타고 다닌들 누가 뭐라 하겠습니까? 더구나 자기가 애써 번 돈 자기 멋대로 쓴다는데 그걸 뭐라하면 절대 안되는 것입니다.
위화감을 준다느니, 부가 해외로 빠져나간다느니 하는 건 속 좁은 국수주의자나 할 소리입니다. 국제화된 시대에, 또 자유민주주의 시대에 그런 논리는 전혀 도움이 안되는 것입니다. 공정한 룰을 지킨다면 범죄행위가 아닌한 할 짓은 해도 됩니다. 그래야 피땀흘려 돈 버는 보람도 있고, 더 벌려고 아우성을 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럼으로써 사회가 침체되지 아니하고 역동성있게 발전하는 나라가 되는 것입니다.
문제는, 별로 가진 것도 없으면서, 별로 잘나지도 않았으면서, 머리에는 똥과 허영만 꽉 차 있으면서, 제 부모는 골방에서 외로워 콜록대고 있는데도, 남편 조르고 카드 빚내서 명품을 사고야마는 분들 때문인 것입니다. 소위 뱁새가 황새 따라가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제 분수를 넘은 것입니다.
더구나 알바하는 대학생들조차 명품을 사려고 알바를 한다하니, 제 정신인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잘난 가방 하나에 명예와 평생을 건 여검사도 참으로 딱한 것입니다. 그 좋은 머리를 왜 그런 하찮은 것에
낭비 했나요? 하기야 남녀간의 이불 속 내용을 어찌 알겠냐마는.
온 사회가 헛된 꿈을 쫒으니, 사회가 건강함을 잃고 가족이 화목하지 못하고, 빚에 쪼들려 비명을 지르는 것입니다.
세상에 변하지 않는게 어디 있나요? 저 아름다운 꽃들도 시간이 가면 시들고, 영원할 것 같던 저 부자 나라들도 서서히 망해 가는 것입니다. 하물며 그런 먼지같은 허잡한 소품에 있어서야 오죽하겠습니까?
근검은 부의 근본이요, 사치는 빈궁의 근원이다(勤儉爲富貴之本, 奢侈爲貧賤之源) 라고 했습니다.
그러므로 사치는 쪽박의 전주곡이요 쪽박은 사치의 필연적 결과인 것입니다. 근검한 사람일수록 그가 쓰는 돈도 제 가치를 다하고 물건도 제 역할을 다해 그들의 손에 들어가면 최대의 가치를 발하는 것입니다.
모든 게 자기 분수에 맞아야지, 남들이 한다고 하여 무조건 따라가면 안 되는 것입니다.
애꾸 나라에 두 눈 뜬 사람이 병신이라고, 사치하고 허랑 방탕한 사람들 속에 알뜰하고 품위있는 사람이 들어가면 그는 바보가 되는 것입니다. 사치와 분수 정도는 구별할 수 있는 것입니다.
말 하는 걸로 봐서는 거의 맹자님 수준이군요.
누군들 남들 하는 것 하고 싶지 않고, 누군들 남들 다 사는 것 사고 싶지 않겠습니까? 인지상정 이지요.
사실, 솔직히 말해서, 나도 마누라에게 '구찌 빽' 하나 사 주고 싶은걸 어떻해? 어쩔 수 없는 속물인 것입니다.
..... 그런데, 사모님 !
시골 친정이나 시댁에 갈 때는 그 가방 들고 가면 절대 안됩니다.
왜냐하면 친정 어머니가 막무가내로 그 가방에 된장이나 새우젓을 넣어 준다면 그런 낭패가 어디 있겠습니까?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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