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이어 금년에도 여기 저기에 실은 글을 추려 모아 책자를 만들었다.
며칠을 고치고 수정하여 연대앞 제본소에 가서 그 初本을 만들었다.
복사집에서 USB를 꽂고 연속 복사를 하여 단 몇 분 만에 책 한권을 찍어내니 제대로 될 리가 있겠는가?
제일 웃기는 것은 제대로 정위치에 있는 어떤 분의 사진은 꺼꾸로 복사되어 나오는 것이었다.
더구나 이 책을 그분께도 증정해야 하는데 큰 실례가 아닌가.
할 수 없이 또 아들의 손을 빌릴 수 밖에 없다. 아예 인쇄비도 넉넉히 주고 만들어 오라 했다.
마침 성탄절 주말에 완성본을 가지고 왔다. 그러나 A4 기준으로 편집한 것을 책이 너무 크다고 A5로 축소하여 만들었으니, 글자가 너무 작아 눈이 어두운 분들이 보기에 무척 불편하게 되었다. 표지도 별로 맘에 안 들고.. 그러나 이미 만들어 가지고 온 걸 어쩌랴. 그나마 작년에 만든 것 보다는 제법 짜임새도 있고 내용도
충실한 것 같아 그것으로 위안을 삼을 수 밖에.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다.
그 책자 속에 무슨 내용을 담았는지가 중요하지 않은가?
별로 영양가도 없는 잡다한 세상사를 맘대로 써갈긴, 그야말로 닭 털 같고 마늘 껍질(鷄毛蒜皮)같은 글들을, 그것도 질서 잡힌 체계도 없이 되는 대로 편집을 하였으니 참으로 부끄러운 것이다.
그러나 그게 내가 살아온 지난 한 해의 전부이고 나의 진솔한 모습이니 어쩌랴? 또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함이니 누가 뭐라해도 할 말이 없는 것이다.
한해가 지나면 정부도, 회사도, 자영업자도 결산을 하게 마련이다. 우리 같은 일반인들이야 금전貸借가 빈번 하지도 않고, 딱이 하느님께 업적을 보고 할 만한 일도 없으니 결산이고 뭐고 없다. 그냥 맘 속으로만 연말을 보내고 새해를 맞고 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세월은 가고.
사실 조금 억울하지 않은가? 우리가 세상에 태어남은, 아무리 어쩔 수 없는 운명이었다 하더라도 그 남긴 발자취는 어렴풋하나마 남겨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시도를 해 보는 것이다.
친구가 빈정 거린다. "니가 쓴 걸 누가 읽어 준다고..." 핀잔과 망신을 준다. " 이런 죽일 놈이 있나?"
과연 그렇기는 하다. 누가 나에게 관심이 있겠나? 모두들 제 살기 바쁜 시절에. 별 볼 일 없는 백수가 쓴 책을 누가 거들떠나 보겠는가? 우리 아들도 비슷한 말를 한다. "그 책 주면 마지못해 받아서 그냥 책꽂이에 꽂아 놓을 걸, 뭘 그리 신경 쓰세요?"
"아. 들을 땐 몹시 서운하게 들리더니, 가만 생각해 보니 그 말이 맞아." 이래저래 술만 마시고 말았다.
이런 수모(?)가 없다.
........... 그리고도, 내년에 또 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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