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들어 친구들과 간단히 국밥에 막걸리 한잔 합니다.
옆자리에서 별안간 단발마의 비명이 들립니다. 탄식인지 울부짖음인지 ,
마르고 잔뜩 구부러진 한 사나이가 크게 탄식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홀로 앉은 그의 탁자 위에는 국밥 뚝배기와 소주 두 병이 딩굽니다.
식당 안이 별안간 조용해지며, 주인이 당황하여 달려옵니다.
"아~, 아~악..."
그의 탄식은 몇 번 더 계속 됩니다. 오른손은 다쳤는지 깁스를 하고,,
세파에 휘둘리고 삶에 지친 사나이. 그 사내의 모습이 얼마나 딱하고 안됐는지.
불쌍한 마음에 위로라도 해 줄까 생각도 했읍니다마는 그럴 수도 없었습니다.
고개를 푹 숙이고 울부짖으며 주인이 뭐라 말려도 막무가내니 어쩔 수 없었습니다.
술값이라도 대신 내 줄까?
얼마 지나지 않아 경찰이 와서 그의 등 뒤 허리춤을 잡아 달랑 들고 나갑니다.
50kg 도 안될 것 같은, 흐느적거리는 몸뚱이를 어린아이 안듯 잡아 옮깁니다.
마치 헛개비를 들듯, 그렇게 말입니다. 먹지 못해 그리 몸이 야윈 것 같았습니다.
그 모습이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술 마시는 것도 잊은체 망연히 바라보고 있는데, 전화가 옵니다.
사촌 동생이 죽었다는 연락입니다. 이게 무슨 일인가?
동생도 평소에 술을 좋아 해 식구들이 걱정을 했는데...기어코 올 것이 왔구나!
저 사나이의 울부짖음이 내 동생의 죽음과 무슨 인연이 있는 것 같은 묘한 느낌도 들었습니다.
눈물이 핑 돌면서 서둘러 자리를 파했습니다..
뭐 이런 날이 있습니까?
친구들과 새해 맞이를 하는 자리에서 불쌍한 사나이의 모습을 보는 것에 부족하여,
동생의 죽음의 소식을 들어야 하다니.
참으로 개같은 날의 오후입니다.
이틀간 동생의 곁을 지키다가, 그러나 마지막 장례식에는 참석을 못했습니다.
다른 나라의 유서 깊은 큰 절에서, 향불에 뜨거워진 향로를 어루만지며
동생의 왕생극락을 빌고 또 빌었습니다.
2012.1.12일의 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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