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저녁의 영화관은 많은 사람들로 붐빕니다.
후배가. 이왕이면 영화 한편 보고 한잔 하는 게 안주 거리도 풍성해지니 그리하자며
표를 예매해 놓았습니다.
나는 거기에 한 술 더 떠, 이왕 외출하는 거, 호수 공원 한 바퀴 돌고, 영화 한편 보고, 소주 한잔 하자.
백수가 가진 게 오직 시간밖에 없습니다.
이제 영하 7,8도 라는 겨울 바람도 그리 날카롭지가 않은 느낌이 듭니다. 물론 춥기는 추웠지만,
그 바람속에 뭔가 따스함과 부드러움이 섞여 있는 것입니다.
범죄와의 전쟁.
최민식, 하정우의 연기가 영화 내용에 비해 훨씬 뛰어난 영화.
약간의 지루함, 그리고 너무 폭력적인, 이런 것 청소년에게 보여주면 절대 안될 것같은 포악한 장면들.
최씨 족보가 유일한 로비 대상자 명부. 최민식은 그 족보 속의 인물들을 교묘히 엮어 목적을 이루고,
하정우는 오직 단순한 의리와 자존심으로 주먹의 세계를 움직입니다.
깡패도 아닌 최민식이 어떤 인연으로 깡패 세계에 뛰어들어 보스인 하정우를 돕게 되고.
무식한 깡패 세계. 공무원 출신인 그의 알량한 권모술수가 통하는 그 세계에서
그는 자기 분수를 넘어 보스인 하정우 머리 위에 오르려다 그만 산채로 매장 당할 뻔 하고,
그러나 이미 간이 배 밖으로 나와 버린 최민식은 라이벌과 손을 잡으려 합니다.
그때 노태우 정권에서 선포한 범죄와의 전쟁.
그 전쟁에 포로가 된 최민식. 그의 마지막 묘수. 검찰과의 협상.
양대 라이벌 주먹들을 검찰에 넘기고 살아 남은 자의 독백.
"내가 이겼어."
이윽고 20년의 세월이 흘러 그의 아들이 검사가 되고, 손자 돌잔치 자리에서 깜빡 졸고 있는 그의 귓가에
'대부 님' 하고 부르는 하정우의 원한서린 목소리. 화들짝 놀라 두리번거리는 늙은 최민식. 환청인가?
영화는 거기서 끝나 버리고 맙니다.
8~90년대의 어수선하던 시기.
그 당시의 모습들이 향수를 느끼게하고, 조폭들의 실상을 실감나게 보여 주기도 하고...
그러나 보고 나면 가슴속에 남는 것은 별로 없는, 그런 영화인 것 같군요.
깡패 영화를 좋아하는 나는, 그러나 너무 폭력적인 것은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띨띨하고 코믹한 깡패. 송강호가 어울릴 것 같은 그런 영화가 좋습니다.
다음달에 출시 된다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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