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사내라는 게 말야.

甘冥堂 2012. 2. 23. 21:59

돼지 부속집은 항상 만원입니다.

숯불 갈아 넣는 우리 누님뻘의 아주머니를 위해 어깨를 돌려 몸을 피하니

"괜찮아. 오빠. 염려 마." 요령껏 탁자 밑으로 화로를 꺼냅니다.

 오빠라니...좋아 죽을 뻔 했습니다.

그 바람에 술값만 내고 말았습니다.

 

대파 길게 썰어 초고추장에 찍으며,

청양고추에 중국산 생마늘을 통채로 씹으니 온 입안이 얼얼합니다.

장수 막걸리로 아린 입안을 달랩니다. 어휴...

내장 곱창에 허파에 껍질에...

어, 그거 씹을수록 고소하네...

"아줌마, 씽은 없어?"

 

한잔 얼큰하여 헷소리 펑펑 해쌓며 늦은 밤 거리를 걸어 갑니다.

"구라라는 것은 말야.

구라라는 것을 이미 상대방이 알고 있을 때 치는 게, 그게 구라인거야. 알아?

구란지 진실인지 모호한 것을 구라라고 치는 것은, 그건 구라가 아니라 사기야."

이게 무슨 소리?

이런 되도 않은 소릴 지껄이며, 친구를 배웅하고 집으로 향합니다.

 

현관을 거칠게 두드려 기세 좋게 들어 갑니다.

 

"저녁은?"

"먹었소."

"재미 좋구랴. 맨날..."

 

"어, 가장이 전쟁터에 나갔다가 돌아왔는데, 그게 무슨 소리!.

사내가 집에 들어오면 얼른 뛰어나와 무릎꿇고 앉아 신발 벗기고,

얼른 옷 받아 걸고 그래야지. 이거 뭐하는 거야!"

 

대답도 않고, TV 연속극만 봅니다.

 

"어허, 이거 집구석이 점점 질서가 없어지네.

이래 가지고 집안 꼴이 되겠소?"

 

"....어여 씻고, 잠이나 주무셔..."

전혀 말발이 안 서는 것입니다.

 

세상 변한 줄 모르고 거꾸로 사는, 꽁지머리의 주접.

시대에 뒤쳐진 무모한 백수.

"어, 술 췌네 그랴...."

그냥 쓰러져 곯아 떨어집니다.

 

전쟁터?

사는 게 다 전쟁이지 뭐.

어휴, 쪽 팔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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