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8.臨江仙
宋 陳與義
高詠楚詞酬午日 (고영초사수오일) <초사>를 높게 읊으며 단오절을 보내는데
天涯節序匆匆 (천애절서총총) 아득한 타향에도 절기의 차례가 바쁘구나.
榴花不似舞裙紅 (유화불사무군홍) 석류꽃은 무희의 치마 같이 붉지 않은데
無人知此意 (무인지차의) 이런 뜻 아는 사람 없고
歌罷滿簾風 (가파만렴풍) 노래 끝나자 바람만 주렴 안에 가득하구나.
萬事一身傷老矣 (만사일신상노의) 만사에 이 한 몸 늙어 서러운데
戎葵凝笑牆東 (융규응소장동) 접시꽃은 동쪽 담장에서 조롱하며 웃는구나.
酒杯深淺去年同 (주배심천거년동) 술잔이 깊고 얕은 것 지난해와 같은데
試澆橋下水 (시요교하수) 요수 다리 아래 강물에 술을 부으면
今夕到湘中 (금석도상중) 오늘 저녁 상강에 이르리라.
注釋
午日: 음력 5월 초5일. 단오절. 戎葵: 식물 이름. 즉 촉규.
試澆: 상강에 빠져 죽은 굴원을 제사 지내기 위해 강물에 술을 붓는 것을 가리킨다. 澆:물 댈 요
譯文
나는 높은 소리로 <초사>를 음송하며, 이 단오절을 보낸다.
하늘 끝을 흘러 다니며, 계절의 질서가 빠르게 변화하는 것을 탄식한다.
타향의 석류꽃, 경락(서울)에서 습관적으로 보던 무희들의 치마 붉고 요염한 것에 비할 바 없다.
아무도 내 마음 애통함을 알지 못하니, 나는 원통하고 슬퍼 길게 노래하는데,
노래 한곡이 끝나자 휘장 가득 슬픈 바람이 요동친다.
마음속에 感慨는 만천가지, 홀로 나이 많아 쓸모없는 것에 상처 받는데,
담장 동쪽의 蜀葵(접시꽃)은 몰래 웃으며 나를 조롱한다.
술잔의 술 깊고 얕은 것 지난해와 여전히 같은데,
세상사 해마다 오히려 같지 않구나.
술을 들어 澆進橋 아래의 강에 부으면, 강물이 나의 깊은 그리움을 데리고,
오늘 저녁 굽이진 상강 동쪽으로 흘러 이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