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에 오늘 할 일을 처리하고 나니 막상 할 일이 없다.
하릴없이 TV바둑 프로그램만 보다가 어물어물 하루를 보냈다.
저녁에도 너무 무료하여 간단하게 포도주 한 잔하고 나니, 하루가 그만 저물어 버리고 말았다.
문득 무서운 생각이 든다.
이렇게 하루 하루를 보내다가, 이것으로 인생이 끝나버리는 게 아닌가하는 두려움이다.
104세의 호주 과학자가, 이만 생을 마감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며, 멀리 스위스로 가서 안락사 했다는 기사를 보았다.
또 74세의 아버님이 병원치료를 마다하고 스스로 곡기를 끊고 보름만에 돌아가셨다는 신문기사를 보았다.
너무 안타깝고 슬프다.
금년 정월 초하루, 아내를 산에 묻고, 봄이 되어 무덤에 비석도 세우고 단장을 끝냈으니, 한번 와보라는 매형의 전화를 받았다.
형제도 이렇게 보냈는데....
들리는 건 모두 이런 이야기 뿐.
내가 벌써 그리 되었나? 생각하니 서글프고 외롭다.
'저녁을 먹고 나면 허물없이 찾아가 차 한 잔 마시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유안진 님의 시가 문득 생각난다.
옆에 살던 친구들. 살갑게 대해 주지도 못했는데 그만 서울로, 지방으로 이사를 가 버리고 말았다.
한 번 떠난 친구들은 소식이 없다.
생각하니 너무 아쉽다. 인생살이 무정하다.
사람은 뭔가는 해야한다. 농사일을 하던, 글을 쓰던, 아니면 봉사를 하던.
새벽에 일어나 작업을 할 때는 하루가 그렇게 짧기만 하더니
이젠 새벽 3~4시에 눈이 떠 지는 게 싫다. 막상 일어나야 딱히 할 일이 없기 때문이다.
빨리 새로운 "일거리"를 찾아야 할 텐데...
무언가 저질러야 하는데.... 욕심이다.
放下着(방하착)이란 말이 있다. 마음을 내려 놓으라는 불교의 가르침이다.
마음속의 갈등. 스트레스. 집착 등 욕심을 벗어 던져버리라는 말이다.
할 일이 없다는 것, 그 상태를 정화시키면 혹 放下着의 경지에 들지 않을까?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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