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 8일째
조개껍질 문양이 마치 문어처럼 바뀌었다. 자치주마다 다른가 보다.
오늘은 당초 일정보다 9km를 더 걸었다. 29km.
무릎 때문에 걱정을 많이 했는데.
언제까지 움추러들 수야 있나?
"미안해" "고마워" 그리고 "사랑해"
야구선수 박찬호가 항상 부상만 당하는 자기 몸에 이렇게 감사를 표하며 명상을 했다고 하던데,
나도 함부로 굴리는 내 몸뚱이에 고마워할 때가 되었나 보다.
광장에 앉아 맥주 한 잔을 마시며 무릎을 살펴보니 너무 심하게 부어 올랐다.
오늘 괜히 무리를 했나? 적당히 걸을 걸...
길거리 food 트럭에서 왠 중년의 부부인 듯한 분들이 커피 한 잔 하라고 권한다.
얘기 끝에, 바로 옆동네에, 사는 곳도 거의 지척인 고향분이었다.
반가워 악수를 하는데 "연세가 어떻게 되세요" 묻는다.
아무에게나 나이를 물어보는 게 실례인줄 알지만. 작년에 돌아가신 아버지가 생각난단다.
그녀와 내 고향과는 창릉천이라는 냇물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다. 그곳에 아버지의 유골을 뿌렸노라 했다.
그들을 먼저 보내고 한참을 더 머물었다.
얼마 후 그들을 또 만났다.
그녀는 소리내어 흐느끼며 걷고 있었다.
나를 보면서 돌아가신 아버지가 생각나서 그리 운다는 것이었다.
어깨를 두드리며 달랬지만 더욱 서럽게 우는 그녀를 어쩔 수가 없었다.
순간 가슴이 찡하는데, 고개를 돌려 얼른 그 자리를 벗어났다.
돌이켜보니, 부모님이 돌아가신지 15년 가까이 됐어도
그렇게 애절하게 생각난 적이 없었던 것같다.
하물며 눈물이야 ...
오늘따라 유난히 긴 길을, 하늘을 보며 땅을 보며,
그리고 노래를 부르며 걸었다.
"아리랑~"
하늘은 오늘따라 왜 이리 뿌연가?
이 맘을 아는지 몇 일만에 만난 젊은 세프가 맛있는 저녁을 만들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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