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미노 데 산티아고

로스 아르고스 Los Arcos

甘冥堂 2018. 8. 27. 19:00

 

 

 

 

 

걷기 7일째. 21km.

 

밤새 오른쪽 무릎이 시큰거리고 아파서 몇번이나 잠을 깼다.

이러다가 내일 못 걷는 거 아냐? 하루 더 머물까?

무리하다가 더 악화되면 큰일인데...

 

순간

어릴적 늘 하던 방법이 생각났다.

무릎을 오래 꿇고 앉아있으면 다리가 저리다.

이때 손가락에 침을 묻혀 저린 곳에 발라주면 금방 낫는다.

이 방법이 통할지도 몰라.

즉시 무릎에 침을 바르며 빌었다.

"낫게 해주세요."

 

새벽에 처음으로 배낭을 다음 숙소까지 택배로 보냈다.

무거운 배낭을 벗고 간단한 용품만 챙기니 한결 부드럽다.

조상님이 보살폈는지 무릎 통증도 그런대로 견딜만 했다.

궁즉통이라 했던가? 큰 고통없이 일정을 끝냈다.

 

침 발라!

아무데나 바르지 말고...

 

서쪽하늘 하현달이 대낮같이 환한데, 아침 해가 뜨려면 아직 멀었다.

출발 4km쯤 순례길가에 물과 포도주를 맘대로 골라 담을 수 있는 포도주 공장이 있다.

불행하게도 너무 이른 새벽이라 포도주 꼭지를 잠궈놨다. 아쉽다.

 

借問酒家何處在 술집이 어느 곳에 있는가.

牧童遙指杏花村 목동이 멀리 살구꽃 핀 마을 가르키네.

 

목동도 없고 행화촌도 없다.

목은 마르고 배도 고픈데, 마을은 보이지도 않는다.

지칠 쯤에 Food 트럭이 나타났다.

 

이 나라에도 요소요소에 이런 편의점들이 생겨나는 중이다.

커피 한 잔에 10여분 쉬어가기 똑참하다.

 

아침 새벽이면 5~60대 브라질 친구들이 항상 앞장 서고, 몇몆 일행 뒤에 내가 쫒아간다.

그 친구들은 한국인과의 만남이 처음인 듯,

관심을 보이며 말을 걸어오지만 알아들을 길이 없다.

40일 일정이라하니 아마 계속 만날지도 모르겠다.

 

모처럼 성당 광장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야채를 섭취했다. 먹었다.

빵과 계란만 먹으면 비만 우려가 있으니 억지로라도 먹어야 한다. 그러나

혼자 먹는 저녁식사. 무슨 맛이 있겠는가?

오늘따라 한국인이 한 명도 없다.

 

이곳 스페인은 인터넷 환경이 별로다.

사진 한 장 올리는데 10분도 더 걸린다.

오늘은 그나마 아예 되지도 않는다.

인내의 임계점.

 

집 떠나봐야 제 집 좋은 거 안다고,

뭐니뭐니해도 내 나라가 제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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