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송강 정철과 기녀

甘冥堂 2021. 2. 15. 16:13
정철
조선의 풍류를 아는 대문호답게 그는
기녀 眞玉에게 연애 시 한 구절을 날린다.

(權花樂府에 나오는 鄭 松江 與 眞玉 相酬答. 이란 詩이다)

옥이 옥이라 커늘 半玉만 너 겼더니
이제야 보아하니 眞玉일시 적실(的實)하다.
내 게살 송곳 잇더니 뚫어 볼까 하노라.

송강 정철(鄭澈)의 노래가 끝나자
가야금을 뜯던 진옥(眞玉)은 기다렸다는 듯이 응수하기를…….

鐵이 鐵이라커늘 섭철(攝鐵)만 녀겨떠니
이제야 보아하니 정철(正鐵)일시 분명하다.
내게 골 풀무 잇더니 뇌가 볼까 하노라.

鄭鐵은 깜짝 놀랐다.
그녀의 즉석 和唱은 조선 제일의 시인 정철을 완전히 탄복시켰다.
정철의 시조에 字字句句, 對句형식으로 서슴없이 불러대는 眞玉은 정녕 뛰어난 시인이었다.
두 사람의 은유적 표현 역시 뛰어나다.

"반옥"은 진짜 옥이 아니라 사람이 만든 人造玉이고,
살송곳은 육(肉)송곳으로 남자의 성기를 은유하고 있는데,
眞玉은 그 뜻을 쉽게 알아차리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한 술 더 뜬다.

"半玉"에 대하여는 섭철(攝鐵),
眞玉에 대하여는 정철(正鐵),
살송곳에 대하여는 "골풀무"의 對句는
놀라운 기지와 재치와 해학이다.

섭철은 잡것이 섞인 순수하지 못한 쇠를 말하고,
정철은 잡것이 섞이지 않은 순수한 철이며,
"골풀무"는 불을 피울때 바람을 불어넣는 풀무인데,
남자의 성기를 녹여내 여자의 성기를 은유하고 있는 것이다.

기생 眞玉은 시조집 "권화악부(權花樂府)"에 송강첩(松江妾)이라고만 기록되어 있는데,
시조 문헌 중에 "누구의 妾"이라고 기록되어 있는 것은 그녀가 유일하다.

그 누가 이들의 노래를
추잡한 시정잡배들이 오입질하기 위하여
妓生을 유혹하는 노래라고 할 수 있는가?
평소 흠모하던 대 문장가인 정철을 향한
여인의 육체와 정신이 합일을 이루는 행위는
숭고한 사랑 행위 그 자체이었을 것이다.

선조 25년, 임진왜란을 계기로 그해 5월 오랜 유배 생활에서 풀려
정철이 다시 벼슬길에 나가게 되었을 때.
마지막으로 松江을 보내는 자리에서
眞玉은 이렇게 표현하여 노래를 불렀다.

人間此夜離情多(인간차야이정다): 오늘 밤도 이별하는 사람이 많겠지요.
落月蒼茫入遠波(낙월창망입원파): 슬프다. 밝은 달빛만 물 위에 지네
惜間今硝何處佰(석간금초하처백): 애달프다. 이 밤을 그대는 어디서 자렵니까?
旅窓空廳雲鴻過(여창공청운홍과): 나그네 창가에는 외로운 기러기 울음뿐이네

부인 유 씨는 漢陽으로 올라온 정철더러
眞玉을 데려오도록 권하였다.
鄭澈 역시 眞玉에게 그 뜻을 물었으나,
그녀는 끝내 거절하였고 江界에서 혼자 살며 짧은 동안의 정철과의 因緣을 생각하며 지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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