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닭 한마리 유감.

甘冥堂 2012. 1. 28. 23:51

새해들어 친구들과 첫 '닭 한마리' 모임을 가졌다.

2~3 년전 부터 매월 닭 파티를 한다.  처음에는 농민들을 조금이라도 생각하자는 뜻에서 시작하였으나,

달이 지날수록 만남 그 자체가 좋아 만난다.

장소는 매번 후배네 집이다. 술 마시고 헷소리를 하던 노래를 하던 아무에게도 간섭받지 않는다.

 

음식은 내가 준비한다. 조리법을 익히 아는지라 누구의 손도 빌릴 필요 없다.

닭 값이라야 별 것 아니다. 다섯 명이 모이면 다섯 마리, 여섯이 모이면 여섯 마리다. 

그것도 중닭으로 5~6천원 짜리를 위주로 하고, 때에 따라 토종 닭을 준비할 때도 있다.

 

'닭과 오리, 그리고 낙지와의 만남'

오늘은 새해 첫 모임이라  이렇게 거하게 이름 짓고, 친구들을 초대 했다.

닭 두 마리 오리 한 마리 낙지 다섯 마리를 한꺼번에 집어 넣고, 인삼 대추 황기 계수나무잎, 가래떡,

찹쌀 등을 넣고 푹 삶았다. 그런대로 먹을 만하다. 부담없는 성찬이다.

 

친구 하나가 약속 시간을 두 시간이나 넘어서 술이 취해 나타났다.

이미 닭은 너무 삶아져 흐믈흐믈해 버린 상태인데.

술 취해 이런 저런 소릴 하는 게, 이건 새해 첫 모임이라고는 할 수 없을 정도의 분위기가 되어 버렸다.

대강 끝내고 후배에게 마무리를 부탁하고 나오는 길에도 영 마음이 찝찝하다.

 

후배한테 전화가 온다. 잘 들어 가셨어요? 이제 겨우 다 치웠어요.

혼자 뒷치닥거리를 하자니 짜증도 나겠지. 

누가 알아 주는 이 없어도 묵묵히 뒷바라지를 하는 그에게 고마울 따름이다.

 

지금 세상에 교우 관계라는 것이, 益者三友라 정직한 사람, 진실한 사람, 학식이 많은 사람들과 교우하라 한다면 정신나간 사람 취급을 당할지도 모른다. 다 제쳐두고, 진실한 사람을 만나기도 힘든 세상이다.

코 앞에 진상이라고 당장 자기 면전에서 알랑대는 이가 제일이고, 그런 친구가 첫손에 꼽히는 친구가 된다.

한달에 겨우 한 번 만날까 말까하는 동창 보다는, 일주일에 서 너번 만나 같이 놀아 주고, 술 사주는 돈 많은 사회 친구가 더 좋은 법이다. 인격적 모욕을 당하건 말건, 그게 무슨 대수냐? 당장이 즐거운데....

 

친구를 만남에 있어서도,  자기에게 무슨 조그마한 이득이라도 있어야 만나는 것이지,

만나 봐야 별 이득도 없는. 충고한다며 속이나 긁어 놓는, 더구나 잘못했다가는 자기 부담으로 술이나 사 줘야 하는  친구는 이미 친구가 아니다.

친구도 내가 돈 있을 때 친구지, 돈 없으면 친구도 뭐도 없는 것이다.

고향 친구, 죽마고우. 학교동창... 언제 어느때 만나도 즐겁기만 하던 친구들도 이젠 많이들 변해 버렸다.

나도 그렇고...

 

세상이 그런 것이다.

曾子曰 與朋友交而不信乎? 

공자님의 제자인 증자가 말했다. 나는 매일 세 가지로 내 몸을 살핀다.(吾日三省)...

'벗과 더불어 사귐에 성실하지 않았는가?'

 

세상을 탓하기 전에 나를 돌아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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