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가여낙성(可與樂成)

甘冥堂 2012. 2. 1. 23:13

 

오후부터 내리는 눈이 제법 굵어진다.

대설주의보가 발령 된 것을 보면 상당히 더 내릴 것만 같은 날씨다.

창가에 앉아 내리는 눈을 바라보며, 카메라 둘러매고 공원이나 갈까 하다가

너무 추운 것 같아 미적미적거린다. 문득 지난번 중국 華山을 올라 갈 때 생각이 난다. 

 

위험하다며 웬만하면 올라가지 말라 하여 가뜩이나 주눅이 들었는데 눈까지 쏟아진다.

그만 내려갈까 하며 망설이는데 기막힌 일이 연출되고 있었다. 어디선지 몇 사람이 나타나

쌓인 눈을 치우더니, 이후 눈이 쌓이기가 무섭게 눈을 치우는 것이었다.

눈이 쌓일 틈이 없다.  곳곳에 이런분들이 포진하고 있다가 재빨리 쓸어내곤 하였다.

그 덕분에 무사히 정상까지 올랐다.

아무리 공산주의 국가라지만 등산로에 눈을 쓰는 사람이 있다니....

우리나라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그 생각이 이어져 같이 등산을 한 부산 사는 친구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서울에는 눈이 많아 내립니다. 화산 올라가던 생각이 납니다.'

이내 답신이 온다. "이번 여행 같이하여 가여낙성입니다."

 

이게 무슨 말? 가여낙성이 무슨 뜻이야?

찾아보니 이런 뜻이었다.

가여낙성(可與樂成)'  (가할 가 / 더불 여 / 즐거울 락 / 이룰 성)
더불어 성공을 즐길 수 있다는 뜻으로, 함께 일의 성공을 즐길 수 있음을 이르는 말.
즉, 함께 여행하여 즐거운 일을 만들자. 혹은 함께 여행하면 더 즐거울 것이다. 란 의미다.

 

난데없는 사자성어에 우습기도하고, 사람 기 죽이는 방법도 여러가지네 하며 웃었다.

이 친구 중국말만 잘하는지 알았더니 별걸 다 아네 하며, 어찌 되었던 반가웠다. 

 

오늘.

터키 여행에서 만난 의정부 사는 친구 부부가, 보름도 가까웠으니 보름나물 해 먹자고 초대를 한다.

영하 20도를 오르내리는 이 엄동설한에, 더구나 감기 몸살에 꼼짝하기 싫었지만 아니 갈 수 있나.

만사 제쳐 놓고 가야지. 어둠이 내리는 외곽도로를 달려 갔다.

 

몇몇 친구 부부들과 오곡밥에 나물에 만두국에 포식했다.  

멀리 역삼동에서, 양주에서(이 분은 초면) 친구들이 와 함께 하니 즐겁지 아니한가?

몸살기만 아니었으면, 처음 먹어보는 혐오(?) 안주에 취하도록 마시고 주접 좀 떨었을 텐데...

영 아쉽다.

 

늦은 시간, 주차장까지 걸어가며 "어, 바람이 많이 잤네" 하니 친구가 한마디 한다.

"원래 바람과 여자는 밤에는 자는 법이라오"

그 친구, 쓸데없는 소리만 한다고 부인에게 한 소리 들었다.

 

여행이란 인연으로 만나, 이렇게 어울렸으니, 이 또한 可與樂成 (가여낙성)이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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