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궁금하다 / 전 남 진
아크릴 상자 칸 칸 애벌레처럼 채워진 넥타이를 하루종일 만지작거리는 아주머니가
하루에 몇 개를 파는지.
안흥 찐빵 수레를 덜덜 밀고 출근길 찾아다니는 어머니 나이쯤 아주머니의 찐빵을
가족들이 저녁 대신 먹는 것은 아닌지.
옷에 묻은 얼룩 지우는 약 파는 전철 아저씨 하루종일 묻은 때도
그 약으로 지워지는지.
자리 싸움 밀려 아파트 뒷길로 등불 내다 건 구이 아저씨의 꼬치가
식기전에 팔리는지.
둥글게 떼어낸 호떡 반죽을 꾹꾹 누르는 기름종이 같은 손이
겨울날 장갑 없이도 왜 트지 않는지.
뒤집히고 구르고 또 뒤집히며 사각 상자 안에서 몸부림치는 장난감 자동차를 물끄러미 쳐다보는 아저씨가
자기 삶이 저렇다고 생각하고 있지는 않은지.
넥타이와 찐빵이 나비가 되어 훨 훨 날아오를 듯한 빈지갑 같은 오후가
어제도, 오늘도... 왜 한번도 바뀌는 일이 없는지.
장사를 마치고 떠난 빈자리로 날아드는 도시의 희미한 별들이
내일 팔릴 장난감이고 호떡이고 얼룩 지우는 약은 아닌지.
'''''''''
가난하고 그러나 열심히 살아야하는 이웃들의 삶이 진솔하다.
고단함이 그날 양식이 된다.
그렇게 사는 거다.
산다는 게 별거냐? 아무것도 아닌거야.
정답이 없는 것이다.
다리에 길다란 고무 장화를 질질 기어가며 찬송가를 부르는 젊은 아저씨,
승복 걸치고 점잖게 목탁 두드리는 멀쩡한 양반.
지하철 벽에 기대 앉은 노숙자.
하루 종일 업드려 구걸하는 육교 위의 소년.
이들 업종은 썩 당당하지 않다.
중국 야간 열차에서 새벽 5시도 안된 곤히 잠든 시간에 장난감 새를 팔러 다니는
허가받은 판매원의 무감각에서,
그래도 그는 행복하다. 아무 생각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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