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새벽이면 호수공원 한 바퀴 돌고 근처 영화관에 가서 조조할인 영화 한편 보고
해장국에 막걸리 한 대포하면 오전시간이 끝나곤 했다.
재작년 봄 부터인가 흐지부지 되더니 한동안은 전혀 관심밖의 일이 되어 버렸다.
무슨 일이 그리 바쁜지 호수공원은 커녕 영화관에 가 본지도 오래 되었다.
큰 맘 먹고 영화관에 갔다. '부러진 화살'
Broken arrows. 이 말은 전쟁터에서 쓰는 말이다. 적군의 세력이 월등하여 소수의 아군으로는 막아 낼 수 없고 진퇴양난일 때 지휘관이 비장하게 내리는 명령이다. 파아가 교전하는 곳에 폭격을 해 달라고 후방에 요청 한다. 적군의 피해가 물론 크겠지만 아군의 희생도 감수해야만 한다. 마지막 선택인 것이다.
이 영화는 제목에서 암시하는 것 하고는 전혀 상관 없는 사법부에 대한 신랄한 비판의 영화이다.
꼬장꼬장한 대학교수가 부당하게 면직된 명예를 회복하려고 재판을 신청하였으나 그 대학 출신의 판사에 의해 억울하게 패소하고 만다. 그후 외국에 나가 살던 중 고국에서 관련법이 개정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귀국하여 면직 무효소송을 신청하였으나 또 다시 패소하고 만다.
이에 교수는 석궁을 가지고 판사의 집을 항의 방문하던 중 현관에서 옥신각신하다가 석궁이 발사되고, 빗나간 화살은 부러지고 말았다. 온 사법부가 들고 일어나 권위에 대한 도전이라며 엄벌에 처할 것을 결의한다. 교수는 중형을 선고받았다. 교수와 이를 변호하는 인권 변호사, 그리고 판사 검사들의 법정 다툼이 이 영화의 줄거리다.
소위 달걀로 바위치기 같은 느낌을 받는, 사법부의 맹목적적인 자기식구 감싸기 등을 보며, 이것이 진정 대한민국 법정에서 일어난 일인가 하는 답답한 생각이 들었다.
한편 같이 영화를 본 '마두신나'가 과연 저럴까요? 아마 다는 아닐 것이다. 만약에 양아치나 잡범이었다면 저런 희극같은 비극은 안 생겼을지도 몰라. 명색이 대학교수 정도 되니 이렇게 얘기 거리가 되는 것이지...
명백한 오류를 인정하지 않는 사회, 권위만을 중시하는 사회, 제 식구를 무조건 감싸는 풍조...이런 것들을 사실적으로 그대로 보여준다. 양심의 최후의 보루인 사법부가 이럴진데 나머지 사회 각 분야의 모순은 과연 어떨까?
암담함을 넘어, 나라도 석궁을 사고 싶은 충동이 일어난다.
권위주의를 향해 쏠 때 '부러진 화살'이 되면 절대 안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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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oken arrows : 활시위에서 부러져 나가 누구에게 가서 박힐지 모르는 위험한 화살.언제 터질지 모를 위험한 폭탄.불안한 존재.불발탄.위험한 존재이런 뜻이랍니다.미국에서 핵폭탄을 도난 당할때 내려지는 펜타곤의 공식암호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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