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미노 데 산티아고

Calzadilla de la Cueza

甘冥堂 2018. 9. 6. 22:05

 

 

 

 

걷기 17일째. 17.5km.

실제로 걸은 거리 28km.

 

老馬識途 늙은 말이 갈 길을 안다

삼국지 등 중국소설에 많이 나오는 말이다.

과연 그럴까?

 

오늘 새벽. 몇 번 만난적있는 노인 2분과 함께 출발했다.

지도 상에는 출발점부터 첫번째 마을까지 17km.

가는 길에 마을이 하나도 없는 지루한 코스라고 되어 있다.

 

동틀무렵 갑자기 마을 하나가 나타난다. 어?

이게 어떻게 된 거지?

길을 잘못 들어선 것이다.

 

한참을 머뭇거리다가 되돌아 설 수밖에 없었다.

무려 5km나 잘못 왔으니 왕복 10km 이상을 헛고생한 것이었다. 이 무슨 낭패인가?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와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수밖에 없었다.

 

늙은 말이 세 마리나 있어도 아무 쓸모가 없다.

그거 양초나 축내는 전혀 도움이 안 되는 퇴물일 뿐이다.

 

얼마 전 어떤 젊은이가 내게 말했다.

"이곳에서는 그 무엇도 절대 믿지 마세요."

당시에는 좀 긴가민가 했는데, 오늘에서야 그 말에 제대로 당한 것이다.

 

가짜 까미노 표시.

여태 저걸 믿고 다녔는데, 저 표시가 나를 골탕 먹이다니...

그 화살표 하나를 믿고 무작정 따라 간 것이 화근이다.

 

늙은 말? 까미노 화살표시?

무조건 잘 살피고, 또 스스로 여러군데를 학인해 보는 수밖에 없다.

특히 노란색이 아닌 건 주의해야 한다.

 

기운이 빠져 걸을 힘도 없고, 더 걷기도 싫다.

공식 루트에 있는 첫마을 Cueza에 도착하자마자 그대로 퍼지고야 말았다.

일정에 차질이 나던 말던 모르겠다.

맥주 한 잔 마시고나니 세상 편하기만 하다.

내일은 또 내일이지. 뭐.

 

시골마을 알베르게여서 그런지 시설이 별로다.

화장실, 샤워실이 남녀공용이다.

목욕을 하고 타월로 앞만 가리고 다닌다.

아주 작은 삼각팬티만 입고 침대에 벌렁 누워 자는 놈도 있다.

보기에 민망스럽다.

 

우리는 어쩔 수 없는 사대부집안(?) 출신인가보다.

그래도 저녁은 해결해야 한다.

 

사과.바나나.쵸콜릿.베네휘트-뭔진 모르지만 콩으로 만든 것 같은데,

전자랜지에 데워 먹는 것같다.

여기에 산미구엘 맥주 한 캔. 훌륭하지 아니한가?

 

저녁 8시30분이 됐는데도 아직 해가 지지않았다.

아침해는 7시 반이나 돼야 뜨고. 서머타임이라 그런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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