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미노 데 산티아고

Manilla de Las Mulas

甘冥堂 2018. 9. 8. 22:35

 

 

 

 

 

 

걷기 19일째. 26km

 

차도를 따라 걷는 길이다.

차도엔 1시간에 한 대도 지나가지 않는다.

시끄럽다거나 매연같은 건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부르고스에서 이 구간을 왜 건너뛰라고 했는지 이해가 잘 안된다.

처음 나도 그러려니 했는데, 계속 며칠 걷다보니 생각이 바뀌었다.

혼자 걷기에 이 처럼 좋은 길이 어디 있겠나?

 

지름길.

Short cut라 하던가?

바로 앞에 성당이 보이는데 까미노길은 엄한 곳을 한참이나 돌아가야 한다.

Sahagun에서도 그랬다.

뻔히 보이는 길을 두고 반원형을 그리며 돌아가야 한다.

 

서양 여자애 둘은 바로가자 하는데

남자친구가 강력히 반대하며 제 길을 가야한다고 우긴다.

결국 둘은 나뉘어 가고싶은 길을 갔다.

피로에 지친 나도 당연히 지름길을 택했다.

결과는 똑 같았다. 거의 같은 시간에 도착했으니,

괜히 모양새만 구긴 꼴이 되고 말았다.

 

오늘 일정에서도 그런 일이 생겼다.

왼편 마을에 성당이 빤히 보이고

까미노 조개껍질 표시가 뚜렷이 있음에도 그냥 지나쳤다.

대부분의 순례객들이 그냥 지나친다.

이런 상황을 무어라 할지 모르겠다.

제대로 걷는다면 3km 정도 더 걸으면 되는데,

그게 싫어 건너 뛰다니...

 

우리 삶의 여정에 지름길이라는 게 있을까?

그 길로 가면 무엇이 달라질까?

경쟁에서의 승리? 부귀와 영화?

아니면 정반대의 졸속과 파행일런지도 모른다.

그래서 옛분들이

군자지대로행이라 하지 않았나?

 

알베르게에 도착하니 여럿이 묻는다.

어디서 왔느냐?

어디까지 가느냐?

몇살이냐?

어디에서 출발했느냐?

영어는 할줄 아냐?

 

내게 대해 궁금한 것도 많다.

제일 압권은 "당신 나라의 왕이냐?"

 

세계 10대 경제대국이니 어쩌니 해도 세계인의 인식은 이런 정도다.

내 생김새가 워낙 시원치않은 게 근본 원인이긴 하지만,

그렇더라도 "왕"소리를 들어보긴 처음이다.

이 소리를 우리 마누라가 들었어야 했는데...ㅎ

 

ASSA. 아싸. 무슨 의미? 설마 기운내라는 응원은 아니겠지...

알베르게 골목 카페들. 이 골목으로 가장행렬이 지나갔는데 미처 사진에 담지 못했다.

우리나라에서 음력설에 하는 액땜막이 집들이 행사인 듯,

상점마다 돌면서 노래하고 춤춘다.

주인은 고맙다고 사례를 하고.

 

리옹에서 산티아고까지 약도.

내일이면 리옹에 도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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