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미노 데 산티아고

Bercianos del Camino

甘冥堂 2018. 9. 7. 23:25

 

 

걷기 18일째.

Cueza에서 33km.

 

어제 헛걸음한 10km를 만회했다.

꼭 그리 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지만 원활한 다음 일정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

 

Sahagun까지 23km가 오늘의 일정이었다.

사하군에서 약간의 고민을 했다. 여기서 머물까 조금 더 갈까?

맥주 한 잔을 들이키니 금방 결정이 났다.

"사나이는 가는 거야." ㅎ

 

까미노 길을 계획하면서 가끔씩 원당을 거쳐 농장을 가곤 했다. 15km 정도 된다.

일산집에서 원당까지는 대강 8km 다.

그곳에 작은 아들이 산다. 아들집 근처를 지나가면서

'집이 왜 이리 먼가? 생각한적이 한 번도 없다.

자식의 집이 멀다고 들르지 않을 부모가 있겠는가?

 

오늘 추가로 10여km를 더 걸으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들집 가듯 기꺼운 마음으로 가자.

마음이 한결 가볍고 기쁘다. 어차피 가야할 길인데 마지못해, 소 도살장에 끌려가듯 할 필요가 있나?

 

...웃겨.

10km 더 걸은 게 뭔 대단한 일이라고...

 

중간에서 택시를 타고 건너뛰었던 브라질 친구들을 다시 만났다.

"꼬레아!" 외치면서 반갑다고 끌어안는데,

남자들끼리 좀 남사스럽기는 했어도 기분은 좋았다.

알베르게 주인이 놀란듯 쳐다본다.

 

이 알베르게는 Donativo(도네이션)로 운영한다.

와이파이도 안 되고 매점도 카페도 없다.

문자질도 하고, 맥주 한 잔 마시려면 저 밖으로 나가야 되는데

좀 귀찮다.

 

그러나 참고 기다리니 뜻하지 않은 일이 생겼다.

식당에서 상차림이 한창이다.

저녁 식대가 얼마요? 하니 이 숙소에 있는 분들은 모두 참석할 수 있단다. 무료다.

 

7시에 종을 친다.

식당에 가니 모두들 모여 앉아 있었다.

메뉴는 마카로니. 야채. 과일. 포도주 등으로 아주 푸짐했다.

분위기로 보아 브라질 친구가 요리를 한 것같았다. 그는 쉐프였다.

 

이어 기타 반주에 맞춰 노래를 부르며 환호한다.

서양인들은 이미 이런 분위기에 익숙해서인지 조금도 어색하지 않다.

유일한 동양인만이 억지춘향 노릇을 했다.

괜히 쓸데없이 썩은 미소를 날리며,

알아듣는 척 했다.

 

 

9월들어 한국인들이 많이 왔다던데, 어제 오늘은 한 분도 못 만났다.

내일은 만날 수 있으려나?

 

도중에 새로 개업한 듯한 알베르게에 태극기가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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