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미노 데 산티아고

Boadilla del Camino 보아디아 델 카미노

甘冥堂 2018. 9. 4. 20:59

 

 

 

 

 

2018년 9월 4일

걷기 15일째 . 29km

 

등산 스틱을

하나 둘 셋 넷. 척. 또는

어기 영차. 척

리듬에 맞춰 콕콕 디디며 걷는다.

 

호흡조절도 되고 속도도 일정하다.

숨쉬기 운동도 겸할 수 있다.

가끔 생각날 때면 '사랑해 마누라 콕.' 하기도 한다.

 

길을 걷는데 휴게소에서 한국 젊은이가 차를 마시고 있다.

반가운 마음에 찻잔을 들고 옆에 막 앉으려하니 벌떡 일어나 가려고 한다.

"차 한잔 같이 하렸더니..."

"한참 쉬었으니 가야 되요." 일어나 가버린다.

 

다른 휴게소에서.

한국 젊은이 둘이서 쉬고 있다. 맥주 한 잔을 들고가 옆자리에 앉으며

"어디서 왔오?"

"서울 요"

"어디까지 가오?"

 

대답도 않고 자기들 끼리의 대화를 이어간다.

너무 멀쑥하여 나도 자리를 뜰 수밖에 없었다.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

우리 젊은이들이 언제부터 이리 되었나?

내가 너무 늙었나? 몰랐나? 죄도 짓지 않았는데 부끄러운 생각이 든다.

 

제법 높은 산을 넘는다.

어제 만났던 부자가 말을 타고 유유히 넘어간다.

부럽다. 전에 중국 차마고도에서 마누라는 말을 타고 나는 헉헉대며 걸어 올라 가던 생각이 난다.

 

까미노 길을 말을 타고 갈 수 있게 한다면 어떨까?

저런 큰 말이 아닌, 동키호테의 하인 산쵸가 타는 노새 정도의 말을 타고가게 한다면

큰 인기를 끌런지도 몰라. ㅎ.

 

밀을 수확한 후의 넓은 벌판에 해바라기와 상추같은 것을 심었다.

대단한 면적이다.

 

언덕 하나를 넘으니 작은 마을이 보인다.

다 왔구나 해도 4km 이상을 걸어야 한다.

빤히 보이는 곳도 그 정도니 안 보이는 마을은 얼마나 되나?

 

이곳 공립 알베르게.

같은 건물에 5€. 8€ 두 종류의 방이 있다. WIFi는 별도로 5€를 더 내야 한다.

시골마을에 있다는 게 특권인 듯 하다.

싫으면 다른 곳으로 가! 울며 겨자 먹기다.

bed bugs나 없기를 바랄 뿐이다.

 

저녁이 되어도 식사할 곳이 없다.

부르고스에서 만났던 산악인 손씨, 호주교포 안씨와

근처 레스토랑에서 모처럼 거한 식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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