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미노 데 산티아고

Carrion de Los Condes 콘데스

甘冥堂 2018. 9. 5. 00:32

 

 

 

 

 

2018년9월 5일

걷기 16일째. 24km

산티아고까지 남은 거리 404km

 

강둑을 따라 4km. 차도를 따라 20여 km

아주 평탄한 길이다. 주변 경관은 끝도없는 구릉지뿐. 기록을 남길 것도 없다.

새벽 기온이 10도 이하로 떨어진 듯, 오리털 덧옷을 입어야 했다.

 

동행하는 이도 없이 새벽 5시30분쯤에 길을 나서니 너무 어두워 무섭다.

게다가 동쪽 하늘에서는 계속해서 천둥치고 번개가 치는데

혹 비가 쏟아지지나 않을까 걱정도 된다.

 

강뚝 길은 갈대 풀들이 바람에 휩쓸려 쓸어지고,

음산한 기운이 천지에 가득한데,

내가 지금 이거 뭐하는 짓이지?

 

6km 정도 걷고나니 Fromista 시가지가 나타난다.

초입에 있는 카페가 불을 밝혀 지옥에서 벗어난 듯하다.

이렇게 음산한 길은 처음이다.

山길 보다도 더 무섭다.

 

거의 7시에 가까웠다.

동쪽 하늘이 희끄므리해 진다.

내일부터는 새벽길을 혼자 나서지 않으리라 단단한 결심을 했다.

이거 무슨 담력 테스트하러 온 것도 아니고...ㅎ

 

길은 평탄했다.

Fromista를 조금 벗어난 곳에서부터 P-18 표지판이 시작되더니

오늘의 목적지인 Condes까지 P-1로 이어진다. 18km를 가리키는 것이었다.

이렇게 친절하게 가르쳐주는 것도 한편으로는 지겹다.

차라리 모르면 그냥 기를쓰고 갈 것을,

저런 표시가 있으니 멀게만 느껴지고 지루하기까지 한 것이다.

 

Condes는 제법 규모가 갖춰진 도시다. 교회도 여럿이고 상징물도 많다.

오늘 묵는 숙소도 교회와 붙어있는 아주 깨끗한 알베르게다.

 

우리 젊은이들이 오늘 60km를 걷겠다고 하길래 말렸다.

순례길 걷는 것이 무슨 경보경기도 아니고, 너무 무리하지 마라.

그러나 누가 내 말을 듣겠나? 무사하기만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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