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제사 풍경

甘冥堂 2021. 1. 3. 06:41
부모 기일.
아무리 세상이 각박하게 돌아간다 해도 해야할 일, 지켜야할 도리는 지켜야한다.

아버지 기일이다.
2005년에 돌아가셨으니 어언 16년이 지났다.
아내는 며칠 전부터 제수를 장만하느라 바쁜데,
이 코로나 시절에, 더구나 5명 이상 모이지 말라는 당국의 명령도 내려졌는데,
이를 어쩌나.

정부 지침을 따라야지.
형제, 사촌들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작은 아들도 못 오게 했다.

지방 쓰는 법을 아들에게 가르치며
앞으로는 네가 알아서 잘 모시거라 당부한다.

제사상.
큰아들은 젯술을 따르고, 큰손주는 제주가 되어 삼배를 드린다.
그 옆에는 증손녀 둘이 제 아빠 옆에서 절을 한다.
단촐하기 이를 데 없다.

조상들도 허전해 하실 것 같다.
거실 마루에 꽉 차던 후손들은 다 어디 가고 단 3명만 남았나?

한편
이런 모습을 보며, 훗날 내 제사는 어떤 모습이 될까.
또 그 다음 훗날 우리 아들의 제사는 과연 어찌 될까?

나는 그래도 아들이라도 있으니 제사밥이라도 얻어먹겠다마는
딸 뿐인 우리 아들은 제사밥인들 얻어 먹겠나?
허기야 그때가 되면 제사고 뭐고 다 없어질지도 모르지만,
그런 생각이 드니 왠지 허전한 느낌이 든다.

부모 젯상 앞에서 이 무슨 불효막심한 생각인고?

잔뜩 차려진 제사 음식에
젯술인 퇴주와 나머지 정종 한 병을 다 마시니 취기가 오른다.

그렇게 부모 기일이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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