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대통령의 눈물

甘冥堂 2021. 1. 7. 18:01

1964.12.8

12월 10일 박 대통령은 게르슈텐마이어 하원의장과 조찬을 함께 한 후

본에서의 중요한 일정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우리 광부들이 일하고 있는 루르 지방의 함보른(Hamborn)으로 향했다.

 

오전 10시 40분, 박 대통령 내외가 탄 차가 함보른 탄광에 도착하자,

광부들로 구성된 악대의 연주가 울려 퍼졌고

양복차림의 광부들과 한복을 입은 간호사들이 태극기를 들고 환영했다.

 

강당에 들어선 박 대통령은 광부와 간호사들의 손을 잡으며 인사를 주고받았다.

육영수 여사도 안부를 물으며 뒤따르다 간호사들이 울먹이자 참았던 눈물을 보였고,

행사장에는 흐느끼는 소리가 번져나갔다.

 

이윽고 박 대통령 내외가 단상에 오르고, 광부 악대가 애국가를 연주했다.

박 대통령의 선창으로 시작된 애국가 합창은 후렴에 이르러 흐느낌과 통곡으로 변했다.

이윽고 박 대통령이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고 연설을 시작했다.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에게 연설하는 박 대통령 (1964.12.10)

 

“만리타향에서 상봉하게 되어 감개무량합니다.

국가가 부족하고 내가 부족해서 여러분이 이 먼 타지까지 나와 고생이 많습니다.

모국의 가족이나 고향 땅 생각에 괴로움이 많은 줄 생각되지만,

매 개개인이 무엇 때문에 이 먼 이국땅에 찾아왔던가를 명심하여

모국의 긍지와 조국의 영예를 빛내주기 바랍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뒤에 오는 사람에게 길을 열어주고

또 많이 올 수 있는 길을 닦아주기를 당부합니다.”

 

박 대통령은 말을 잇지 못한 채 울음을 터뜨렸고,

강당은 눈물바다가 돼 간신히 즉흥 연설을 끝낼 수 있었다.

이어 박 대통령 내외는 광부들의 숙소를 살펴본 다음,

무거운 마음으로 광산을 떠날 때 차안에서도 눈물을 흘렸다.

 

 

박정희 대통령이 눈물로 쓴 방독소감(訪獨所感)

그 마지막 부분이다.

 

방독 기간은 비록 짧았으나,

나와 우리 일행의 이번 기회에 느낀 점, 얻은 점은 대단히 많았다고 생각한다.

가장 큰 소득이라면 우리의 가장 성실한 벗을 또 하나 사귀게 되었다는 점일 것이다.

국토분단과 민족분열이라는 공동의 비극을 지닌 두 나라는 흉금을 털어놓고

서로를 쌍방을 이해하고, 고무하고, 격려하고 우의를 돈독히 함으로써

앞으로 공통의 운명을 개척하기 위해서 최대의 협조를 다짐했다는 사실일 것이다.

또 다른 소득은 국토통일이라는 지상 과업을 달성하기 위해서

정부와 민간이 혼연일체가 되어 피눈물 나는 노력으로 오늘의 독일의 부흥을 가져온

그들의 재건상과 노력을 우리가 가서 직접 목격하고 배웠다는 것이다.

 

파산상태에 빠진 한 가정을 재건하는데도 전 가족이 일심동체가 되어

장구한 시일과 노력을 경주해야만 이룩될 수 있겠거늘

하물며 한 민족국가의 재건을 이룩하자면 전 국민이 혼연일체가 되어

피눈물 나는 노력 없이 안이한 방법으로 이룩되기를 기대할 수 없다.

우리는 이러한 산 교훈을 우방 독일 국민들로부터 배워야 할 것이다.

조국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자기 민족을 위하는 마음이 누가 없겠는가?

문제는 조국을 어떻게 사랑하고, 민족을 어떻게 위하는가 하는 방법론일 것이다.

 

애국애족이란 관념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고, 말로만 되는 것이 아니다.

언행이 일치되어야 하는 것이다. 말이 없으면, 행동만이라도 있어야 애국이 되는 것이다.

독일 국민들처럼 치마를 한 치 줄여서 입고, 성냥개비를 하나 절약하는 것이

위대한 애국의 실천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러한 행동은 국가의 법으로 강요되는 것이 아니라,

애국하는 모든 국민이 자기 마음에서 우러나서 스스로 행동해야만 한다.

우리 대한민국 2,700만 동포들의 힘을 합치면, 위대한 힘이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독일의 부흥을 기적으로 보지 말고 5,700만 독일 국민들의 단결된 힘이,

그들의 피와 땀의 대가가 오늘의 독일을 가져왔다는 사실을

우리 동포들이 명심해주기를 다시 한번 호소한다.

끝으로 나와 우리 일행을 따뜻하게 맞아 준 독일 정부와 국민들에게

충심으로 뜨거운 감사를 드린다.

 

 

이 글을 옮겨 적을 뿐인데도

어찌하여 눈물이 이렇게 흐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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