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소주에 취해

甘冥堂 2021. 1. 14. 10:59

천하에 변덕스러운 게 입맛이다.

어제까지만 해도 육류를 즐겨 먹다가 어느 날 갑자기 싫어진다.

채소를 좋아하다가 그도 싫증 나고

흰쌀밥을 고집하다가 그도 마다한다.

 

친구들과 어울려 "오늘은 뭐 먹을까?" 하면

바로 "개. 돼지. 닭"

내가 아는 게 이것뿐인 것 같았다.

 

언제부터인가 개고기는 꺼려지고

돼지고기도 별로이고

치킨은 입에도 대지 않는다.

 

그 좋아하던 돼지 뒷고기. 막창. 순댓국도 안 먹은 지 2년이 넘었고

삼겹살 구이는 겨우 두어 점 입에 댈 뿐이다.

기름에 튀긴 음식은 싫어한다. 대표적인 게 치킨이다.

아이들이 워낙 좋아하기에 가끔씩 주문한다마는,

겨우 한두 점 먹을까 말 까다.

 

그리 좋아했던 생선회도 멀어졌다.

"그거, 뭐" 시큰둥하다.

강원도에 오면 주문진이나 동명항, 대포항을 몇 번씩 들렸는데

이젠 별로다.

 

싫어하는 음식이 또 있다.

라면, 통조림. 소시지 햄, 햄버거 등 인스턴트, 즉석 음식, 배달음식이다.

집콕, 혼밥 시대에 그게 당키나 할까마는

그래도 싫은 건 싫은 것이다.

 

그럼 좋아하는 게 뭔가?

 

요샌 추젓 김밥을 자주 먹는다.

김에 밥 한술을 싸서 양념한 추젓을 조금 얹어 입에 넣는다.

또는 밥 한 공기에 양념간장을 뿌려 그냥 먹는다.

김치 등 다른 반찬이 필요 없다.

간단하기 이를 데 없다.

 

 

그게 무슨 맛?

맛은 그냥 짭조름하니 담백하다.

더불어 속도 편안하다.

식사하는 시간은 채 5분도 안 걸린다.

 

시간 절약도 되고

어려운 시기에 식비도 절약되는 - 한 끼 식대 500원이면 충분하다.

그야말로 일타쌍피의 식생활이다.

 

ㅎ.

사람이 별안간 변하면 죽는다는데

혹 그런 건 아닌지 모르겠다.

 

 

먹는 즐거움 빼고

人生三樂 중에 이제 무엇이 남았나?

술만 남았다.

주량은 소주 반 병 정도에 지나지 않지만,

이것이 있어 함께 어울려 구라도 풀고,

밤잠도 푹 잘 수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자 즐거움이다.

 

누군가 말했다.

'싸구려 포도주에 취해 인생을 허비하지 마라.'

그러나 그건 서양 사람들 얘기이고,

 

한국의 어느 노땅은

값싼 소주에 취해 오늘도 잠이 든다.

'오늘도 거의 행복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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