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봉황이 늙은 봉황보다 청아한 소리를 내는구나
몇년 전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면서
발가락은 물러터져 발톱은 빠지고, 무릎은 쑤시고 아파서 걸음을 옮기지도 못하는데
젊은이들은 씽씽 잘도 걷는다. 나에게도 저런 시절이 있었는데...
산티아고 만리길에 자꾸만 뒤쳐지는 내 걸음걸이를 한탄하며 이 구절을 떠올렸었다.
오늘 우연히 이 문구를 접하니 그때 생각이 아련하다.
당나라 때의 천재 시인이자 만당晩唐 시대 시문학계를 대표한 이상은(李商隱(813~약858)이
한동랑(韓冬郞)을 위해 즉석에서 시를 한 수 지어준 일이 있었는데
그 중 다음 구절은 두고두고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雛鳳淸於老鳳聲(추봉청어노봉성)
‘어린 봉황의 울음소리가 늙은 봉황의 소리보다 한결 청아하다’는 뜻이다.
‘長江後浪推前浪(장강후랑추전랑) ’
장강의 뒷 물결이 앞 물결을 밀어내듯이
세대를 거듭할수록 젊은이들이 발전하고 강해지는 것을 비유한 구절이자
세대교체의 당위성과 필요성을 비유하고 있다.
일찍이 荀子는 이와 같은 의미에서 ‘靑出於藍靑於藍(청출어람청어람)’
푸른색은 쪽에서 나왔으나 쪽보다 더 푸르다란 유명한 말을 남겼는데
그 후 뒷 세대가 앞 세대보다 더 나아야 한다는 뜻을 가진 명언명구들이 속출했다.
冰則為水 而寒于水 (빙즉위수 이한우수)얼음은 물로 만들어지지만 물보다 차갑다.
즉 얼음과 물은 다 같은 물이지만 물보다 훨씬 차다는 뜻을 가진 ‘氷寒於水(빙한어수)’,
후배가 선배보다 더 뛰어나다는 의미의 ‘後生可畏(후생가외)’등이 대표적이다.
맹자는 군자의 세 가지 기쁜 일, 즉 ‘君子三樂(군자삼락)’을 거론하면서
세 번째로 “천하의 영재를 얻어서 교육하는 것이 세 번째 즐거움이다
(得天下英才而敎育之, 三樂也 (득천하영재이교육지 삼락야 ).”라고 했다.
모두가 후생의 실력을 인정하고, 또 그런 실력을 기를 수 있게 뒷받침해야 한다는
당위성과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글들이다.
참고: 1
韓冬郎即席爲詩相送 一座盡驚(한동랑즉석위시상송, 일좌진경)
한악이 즉석에서 시를 지어 송별하니,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매우 놀랐다.
其2 / 唐· 李商隱
十歲裁詩走馬成 (십세재시주마성),
冷灰殘燭動離情 (냉회잔촉동리정)。
桐花萬里丹山路 (동화만리단산로),
雛鳳淸於老鳳聲 (추봉청어노봉성)。
어린 나이인데도 시적 감흥이 말이 달리듯 매우 민첩하고
깊은 밤 곧 꺼질 것 같은 등불 앞에서도 이별의 정서를 매우 진지하게 자아내는구나.
단산의 만리길엔 오동나무 꽃이 화창한데
(오동나무꽃 사이에 말로만 들었던)어린 봉황이 늙은 봉황보다 청아한 소리를 내는구나...
韓冬郎(한동랑)은 韓偓(한악)을 말한다. 한악의 자는 致光(치광),
어렸을 때 동랑이라 불렀고,스스로는 옥산초인이라고 했음.
당 무종 會昌(회창) 2년[842년]에 경조 만년현(섬서성 서안 부근)에서 태어남.
아버지 韓瞻(한첨)은 開成(개성) 6년(841년)에 진사에 합격하여,
같은 해에 급제한 이상은과 교분이 매우 두터웠다.
한악은 열 살 때 이미 즉석에서 시를 지었기 때문에 이상은 이 시에서
十歲裁詩走馬成, 冷灰殘燭動離情。 桐花萬裡丹山路, 雛鳳清於老鳳聲。라고 읊어,
그의 아버지[늙은 봉황)보다 시적 감흥이 더 뛰어나다고 인증했다.
丹山 단혈이 있는 산을 단산(丹山)이라 하며, 그곳에 봉황이 깃들인다.
여기서는 한첨을 늙은 봉황, 한악을 어린 봉황이라 하였으니, 그들이 사는 곳을 단산이라고 표현함.
단혈(丹穴) : 단사(丹砂)를 내는 산의 구멍.
참고2:
孟子의 君子三樂
君子有三樂 而王天下 不與存焉 (군자유삼락 이왕천하 불여존언)
父母具存 兄弟無故 一樂也 (부모구존 형제무고 일락야)
仰不愧於天 俯不怍於人 二樂也 (앙불괴어천 부부작어인 이락야)
得天下英才而敎育之 三樂也 (득천하영재이교육지 삼락야)
군자에게는 세가지 즐거움이 있는데, 천하의 왕이 되는 것은 그것에 포함되지 않는다.
부모가 모두 살아계시고 형제가 무고한 것이 첫째 즐거움이고,
우러러 하늘에 부끄러움이 없고 구부려 사람에게 부끄럽지 않은 것이 두번째 즐거움이고,
천하의 영재를 얻어서 교육하는 것이 세번째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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