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가을 저물녘

甘冥堂 2022. 11. 19. 18:28


이쪽으로 얼굴을 돌리시게
나 역시 외로우니
가을 저물녘

바쇼 시인의 하이쿠다.

늦가을 풍경이 그렇지 않아도 어쩐지 쓸쓸한데
이 인물은 고개를 저쪽으로 돌리고 있구나.
나도 쓸쓸한 가을 저녁이니,
자. 이쪽을 향해 얼굴을 돌리지 않겠나?
그러면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텐데.


첫서리 내려
국화 얼기 시작하네
허리에 두른 솜.

첫서리 내려 갑자기 추워졌다.
국화꽃 얼고 허리에 솜을 두르지 않으면 안 될 만큼 나도 늙었다.



흰머리 빠진
베개 밑에서 우는
귀뚜라미

깊어가는 가을,
어느덧 바쇼의 머리에도
생의 가을을 상징하는 흰머리가 눈에 띄게 늘었다.
흰머리 빠진 베개 밑에서 귀뚜라미가 울고 있다.

귀뚜라미
늦가을 밤 추위를
고하는 얼굴로
날마다 베개 밑에
와서 울음 우네

산가집(산카슈)에서도 이렇게 몸의 가을을 읊었다.

어찌 이렇게
가을을 보내는 늙은이의 마음을 절절하게 읊었나?


귀뚜라미여
가을 저물녘
국화 얼기 시작하는데

흰머리 빠진 베개 밑에서
늦가을 밤추위를
고하는 얼굴로

어찌하여
날마다 베개 밑에
와서 울음 우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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