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 그리고 늦깍기 공부

題惠崇春江晩景

甘冥堂 2024. 3. 14. 04:35


題惠崇春江晩景 / 蘇軾
혜숭이 그린 ⟪춘강만경도⟫에 시를 지어 쓰다

其一
竹外桃花三兩枝 (죽외도화삼양지)
春江水暖鴨先知 (춘강수난압선지)
萎蒿滿地蘆芽短 (위호만지로아단)
正是河豚欲上時 (정시하돈욕상시)

대나무 너머 복사나무 두어 가지 꽃이 피자
오리들 봄날 강물 따뜻해진 걸 먼저 알고
물쑥이 땅을 덮고 갈대가 새 잎을 내밀자
바다로 간 복어들이 강을 거슬러 올라오네

其二
兩兩歸鴻欲破群 (양양귀홍욕파군)
依依還似北歸人 (의의환사북귀인)
遙知朔漠多風雪 (요지삭막다풍설)
更待江南半月春 (갱대강남반월춘)

무리에서 떨어져 짝으로 나는 기러기들
아쉬워하는 게
북쪽으로 돌아가는 사람 같네
멀리서도 북쪽 땅 눈보라 잦을 걸 알고 있어
강남에서 반 달이나 봄 오기를 기다리네


▶ 惠崇: 북송 초기의 승려로 시와 그림에 두루 능했다.
▶ 萎蒿: 물쑥. 여린 잎은 식용으로 쓸 수 있고, 성장 후에는 약용으로 쓴다.

갈대의 여린 싹을 가리키는 ‘蘆芽’도 식용으로 쓸 수 있다.
⟪시경詩經⋅소아小雅⋅녹명鹿鳴⟫에서 ‘呦呦鹿鳴, 食野之蒿

(사슴들 슬피 울며 / 들의 쑥을 뜯고 있네)’라고 했다.

▶ 河豚: 복어. ‘上’은 강을 거슬러 오르는 것을 가리킨다.

해마다 봄이 되면 연해의 복어들이 강을 거슬러 올라와 민물에 알을 낳는다. ‘河魨’으로도 쓴다.
▶ 歸鴻: 귀안歸雁. ‘’破群’은 무리에서 떨어져 날아가는 것을 가리킨다.
▶ 依依: 아쉬워하는 모양을 가리킨다.
▶ 朔漠: 북쪽의 사막을 가리킨다. 두보杜甫는 「詠懷古迹」(其三)에서

‘一去紫臺連朔漠, 獨留靑塚向黃昏

(황궁을 떠나 이어진 건 북방의 모래벌판 / 혼자 푸른 무덤에 묻혀 황혼빛을 받고 있네)’이라고 했다.

원풍元豊 8년(1085) 봄, 동파가 혜숭惠崇의 그림 ⟪춘강만경도⟫에 써넣은 화제시畵題詩로,
시를 쓴 곳에 대해서는 변경汴京과 정강靖江, 강음江陰 등 여러 가지 견해가 있어 보인다.

혜숭이 그린 ⟪춘강만경도⟫는 「압희도鴨戱圖」와 「비안도飛雁島」 두 폭으로 되어 있는데,
⟪동파전집東坡全集⟫에서 ‘만경晩景’이라 한 것을
전종서錢鍾書는 ⟪송시선주宋詩選注⟫에서 ‘효경曉景’이라고 했다.

유배된 여느 관리들 같으면 중앙으로의 복귀가 무척 반가운 일이었을 텐데도
동파의 시에서는 그런 기색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동파는 이 해에 이미 상주常州에서 지낼 수 있기를 청하는 글을 올렸을 만큼
조정에서 벌어지는 당쟁의 와중으로 들어가고 싶지 않은 마음을 굳힌 터였고,
그의 그런 예상은 빗나가지 않아 짧게나마 재기再起라고 할 만한 기간이 있긴 했지만
이후로는 훨씬 더 지독하고 오랜 신법당의 배척이 그로 하여금 죽을 때까지 지방을 전전하게 만들었다.

◈ 소식蘇軾 [1037~1101]
북송北宋의 문학가이자 서화가로 자는 자첨子瞻(또는 화중和仲)이고 호는 동파거사東坡居士이며
미주眉州(현재의 쓰촨성四川省에 속함) 미산眉山 사람이다.
인종仁宗 가우嘉祐 2년(1057)에 아우 소철蘇轍과 함께 과거에 급제한 뒤 벼슬을 살다가

중앙에서 쫓겨나 오랫동안 변방에서 고초를 겪었다.
시詩⋅사詞⋅문文⋅서書⋅화畵에 두루 능하여 중국역사상 드물게 다방면에 걸쳐 예술적 성취를 이룬 인물이다.

구양수歐陽脩의 뒤를 이어 북송 문단을 이끌었고, 부친 소순蘇洵 및 아우 소철과 함께

세 부자父子가 당송팔대가唐宋八大家의 한자리를 차지하며 가문의 문풍을 날렸다.

사에서는 신기질辛棄疾과 함께 소신蘇辛으로, 시에서는 황정견黃庭堅과 함께 소황蘇黃으로 병칭되었으며,

그림에서도 황정견, 미불米芾, 채양蔡襄 등과 함께 송사가宋四家로 불렸다.

작품집으로 《동파칠집東坡七集》과 《동파악부東坡樂府》 등을 남겼고,

《동파전집東坡全集》 150권이 전한다.

◈ 혜숭惠崇 [965~1017]
북송北宋 초기의 시화승詩畵僧으로 복건福建 건양建陽 사람이다.
시로 명성을 날린 송초구승宋初九僧  중 한 사람으로,
맑고 깨끗한 강변 풍경과 물새를 그린 소경화小景畵에도 빼어나 사람들에게

‘혜숭소경惠崇小景’으로 불렸다.

「계산춘효도溪山春曉圖」, 「사정연수도沙汀烟樹圖」 등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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