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복(禍福) ]
화(禍)는 싫어서 피하고, 복(福)은 즐거우니 맞아야 한다는 것.
그저 상식(常識) 수준이다.
누가 재앙을 좋아하며, 즐거움을 마다할까.
그러나 인간세사(人間世事) 모든 일이 그렇게 단순하지는 않다.
‘의복(倚伏)’이라는 말이 있다.
“화는 복이 기대고 있는 곳, 복은 화가 숨어 있는 곳
(禍兮福之所倚, 福兮禍之所伏)”이라는 노자(老子)의 가르침을 요약한 단어다.
화(禍)와 복(福)이 서로 얽혀 있음을 말하는 것으로,
‘재앙은 나쁘고 즐거움은 좋은 것’이라는 단순 논리를 부정한다.
새옹지마(塞翁之馬)의 스토리가 이를 잘 웅변한다.
변방의 한 노인이 말을 잃었다.
그러나 집을 나간 그 말이 다른 말 한 마리를 데리고 돌아온다.
이어 아들이 그 말을 타다가 다리가 부러졌다.
그러나 곧이어 전쟁이 터져 아들은 부러진 다리 덕분에 전쟁터로 끌려 나가지 않는다는 얘기다.
행과 불행이 반복적으로, 그리고 순환적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그 스토리 안에서 말을 잃은 늙은이, 새옹(塞翁)이 줄곧 하는 말이 있다.
“지금 맞이한 현실이 행인지 불행인지 어찌 알겠느냐?”라는 내용이다.
말을 잃고, 다른 말 한 마리를 더 얻고, 아들의 다리가 부러지는 상황에서도
늙은이는 이처럼 담담한 태도를 보인다.
지금 내가 맞은 재앙과 기쁨이 꼭 슬픔과 즐거움만은 아니니
멀리 내다보면서 신중함을 잃지 말라는 메시지다.
잘 나갈 때 조심을 더 하고, 불우할 때에는 용기를 잃지 말라는 충고다.
아울러 자신이 당면한 재앙을 행복으로 전환하려는 사람의 의지가 중요하다는 점을 알리는 내용이기도 하다.
따라서 화복(禍福)은 그에 당면한 사람의 신중함을 요구한다.
그런 이유 때문에 “복은 함께 찾아오지 않으며, 화는 거듭 닥친다
(福無雙至, 禍不單行)”
“복은 작은 곳에서 생기고, 화는 소홀함에서 나온다
(福生于微, 禍生于忽)”
“화복은 문이 따로 없으니, 그저 사람이 부르는 것
(禍福無門, 唯人所召)”이라는 잠언(箴言)이 줄을 잇는다.
그래도 사람들은 요행(僥倖)을 노린다. 내게 더 많은 좋은 일, 즉 행운이 닥치기를 바라는 게
사람 심리의 일반적인 모습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도 요행만을 노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내가 하는 일의 뿌리와 줄기, 근간(根幹)을 똑바로 세운 뒤
진지한 노력을 기울이면서 행운이 덧붙여지면 좋은 일이다.
<삼국지(三國志)>에 등장하는 제갈량(諸葛亮)은 사실 전략가(戰略家)라기보다
충실한 행정가에 가깝다.
전략적 안목보다 충직(忠直)한 인품이 더 돋보이는 인물이다.
그가 세상을 떠나기 얼마 전 아들에게 남긴 말을 여기에 적는다.
풍파 잦은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의 바람직한 자세를 이른 내용이다.
“담담함으로써 뜻을 밝히고, 고요함으로써 먼 곳에 이른다
(淡泊以明志, 寧靜以致遠).”
신라의 학자요 우리나라 한문학의 鼻祖
최치원의 이름이 致遠이니
무슨 연관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