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여자가 뭔지 알았단 말이오

甘冥堂 2018. 6. 10. 06:21

매주 주말 우리 할머니가 긴 의자를 창가에 끌어다 놓고 거기 앉아서 몰래 숨겨놓은 거울을 들여다보면서 몇 올 안 남은 머리카락을 빗질하고 가르마를 타면서 누군가 자기를 보지 않나 주변을 살살 훔쳐보는 거예요.. 그러다가 우리들 가운데 한 놈이 지나가면 성모 마리아처럼 얌전하게 앉아서 자는 척 내숭을 떠는 거예요. 자긴 뭘 자요! 누군가 자기에게 세레나데를 불러주길 기다리는 거죠. 나이가 여든이었다고요! 대장, 여자란 얼마나 요물인지 아시겠소? 난 지금 울 것 같아요. 하지만 그땐 내가 아직 얼간이 바보여서 아무것도 모르고 그걸 비웃었죠. 그런데 하루는 할머니가 나를 계집들 뒤만 쫓아다는놈이라고 야단치지 않겠어요? 그래서 대판 싸웠죠. 제대로 할머니를  쏘아붙였어요. 한방 먹이는 기분이었죠. '할머니는 왜 주말마다 호두나무 잎으로 입술을 문지르고 빗질을 곱게 하는 거유? 혹시 누군가 할머니한테 세레나데라도 불러주길 기다리는 거유? 웃기지 마요. 우리는 '크리스탈로'한테만 관심이 있어요. 할머니한테서는 분향 냄새가 난단 말예요!'



대장, 이걸 믿을 수 있겠소? 난 그때 처음으로 여자가 뭔지 알았단 말이오. 할머니 눈에서 두 줄기 피눈물이 흘러내렸죠. 아래턱을 부들부들 떨면서 개처럼 몸부림쳤어요. 나도 지지 않고 더 잘 들리도록 할머니에게 바짝 다가가 소리쳤죠. '크리스탈로 때문이라고요. 크리스탈로!' 젊음이라는 건 잔인하고 비인간적인 거예요. 왜냐하면 뭘 모르니까요. 할머니는 바짝 마른 손을 들어 하늘을 향해 휘저으며 소리쳤어요. '내 심장 깊은 곳에서부터 나오는 저주를 받아라, 이놈아!' 그리고 불쌍한 할머니는 바로 그날부터 급격히 노쇠해지기 시작했죠. 바짝 마르기 시작하더니 두 달 뒤에 돌아가시고 말았어요. 돌아가시기 직전에 나를 보시더니 마치 거북이 새끼처럼 가쁜 숨을 내쉬면서 마른 손을 내밀어 나를 붙잡으셨죠. '네가 나를 잡아먹었구나, 저주 받을 놈아! 알렉시스, 내 저주를 받아라! 그리고 내가 당한 걸 너도 당해라!'


(크리스탈로는 우리 집 건너편에 차가운 샘물처럼 깔끔하고 무지 예쁜 계집애)

1800년대 후반 그리스가 배경인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에 나오는 문장을 그대로 옮겼습니다.



이 대목을 읽으며 섬찟한 느낌이 들었어요.

아. 그렇구나. 여자란 과연 그렇겠구나!


옛날에는 남자는 7×8=56. 여자는 7×7=49 라고 했습니다.

남자구실, 여자구실을 할 수 있는 한계를 가리키는 겁니다.

남자는 56살이 되면 남자구실이 끝났다는 겁니다.

요즘 세상에선 말도 안 되는 얘기지요. 56세. 49세면 아직 팔팔한 청춘이니까요.


여든이 넘은 할머니도 마음은 아직 가슴 뛰는 청춘이었습니다.

철없는 손자가 내밷은 말 한마디가 죽음에 이르는 충격이었다니...


조심해야지. 특히 나이든 여성들께.

이 나이가 되도록 이런 것도 모르고 살았으니, 나도 참 철없는 얼간이 바보입니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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