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욕심

甘冥堂 2020. 12. 16. 11:15

 

사람사전욕심을 이렇게 풀었다.

앞에 너무 많은이라는 수식어만 붙지 않으면

욕심은 에너지가 된다고 말했다.

 

얼마 전 작업실을 옮겼다.

욕심이 에너지가 될 수 있도록 10년 동안 쌓아온 너무 많은을 버렸다.

 

 

고장 난 지포라이터 일곱 개도 버렸다.

잉크를 공급받지 못하는 만년필 여섯 개도 버렸다.

스물 몇 권짜리 백과사전 한 질도 낑낑거리며 갖다 버렸다.

여기저기서 받은 자료, 잡지, 제작물 등 종이로 된 모든 것들도 버렸다.

냉장고도 텔레비전도 버렸다.

프린터도 스캐너도 버렸다.

회의탁자도 나무의자도 버렸다.

주전자도 냄비도 버렸다.

내 휴대폰 속으로 기어 들어가지 못한 명함 수백 장도 버렸다.

갖고 있으면 필요할지 몰라, 하는 허튼 기대도 싹 버렸다.

책상 하나, 피씨 하나 남기고 다 버렸다.

버리기 시작하니 못 버릴 것은 없었다.

 

 

버린다고 버렸는데 결국 버리지 못하고 데려온 게 하나 있다.

바로 나다.

게으른 나, 비겁한 나, 교만한 나는 다 버리고

괜찮은 나만 데려오고 싶었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

그래서 또 살아온 대로 살고 있다. 뭐 괜찮다.

무거운 나는 버리고 가벼운 나를 데려왔으니 그것만으로도 대견하다고

내가 나를 칭찬해줬다.

다음 이사 때는 너무 많은이 너무 많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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