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전』은 ‘욕심’을 이렇게 풀었다.
앞에 ‘너무 많은’이라는 수식어만 붙지 않으면
욕심은 에너지가 된다고 말했다.
얼마 전 작업실을 옮겼다.
욕심이 에너지가 될 수 있도록 10년 동안 쌓아온 ‘너무 많은’을 버렸다.
고장 난 지포라이터 일곱 개도 버렸다.
잉크를 공급받지 못하는 만년필 여섯 개도 버렸다.
스물 몇 권짜리 백과사전 한 질도 낑낑거리며 갖다 버렸다.
여기저기서 받은 자료, 잡지, 제작물 등 종이로 된 모든 것들도 버렸다.
냉장고도 텔레비전도 버렸다.
프린터도 스캐너도 버렸다.
회의탁자도 나무의자도 버렸다.
주전자도 냄비도 버렸다.
내 휴대폰 속으로 기어 들어가지 못한 명함 수백 장도 버렸다.
갖고 있으면 필요할지 몰라, 하는 허튼 기대도 싹 버렸다.
책상 하나, 피씨 하나 남기고 다 버렸다.
버리기 시작하니 못 버릴 것은 없었다.
버린다고 버렸는데 결국 버리지 못하고 데려온 게 하나 있다.
바로 나다.
게으른 나, 비겁한 나, 교만한 나는 다 버리고
괜찮은 나만 데려오고 싶었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
그래서 또 살아온 대로 살고 있다. 뭐 괜찮다.
무거운 나는 버리고 가벼운 나를 데려왔으니 그것만으로도 대견하다고
내가 나를 칭찬해줬다.
다음 이사 때는 ‘너무 많은’이 너무 많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