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희망 한 단에 얼마?

甘冥堂 2021. 2. 9. 22:26
친구가 물었다.
"넌 희망이 뭐냐?
앞으로 뮐 하면서 살거냐?"

순간 할 말이 없었다.
"그냥 사는 거지 뭐."
한참을 생각하다가 같은 말을 되풀이 한다.
"그냥 이렇게 살다 죽는 거지 뭐."

기실
친구도 별다른 생각은 없는 것 같았다.
일본어 회화책을 꺼내 주며
"이거라도 외워 봐"

간단한 책인데 글자가 너무 작아 눈에 가물가물 하다.
"됐어."
내 무슨 재주로 저 걸 외울 것이며
설사 일본어를 배운들 어디에 써 먹을 것인가?

말로는 아직 쌩쌩하다 큰소리 치네만
막상 할 일은 없는 것이다.

친구는 가는 귀가 멀어
같은 소리를 몇 번씩 큰소리로 외쳐야 겨우 알아 들으면서,
막상 상대편의 말은 들으려고도 하지 않는다.

차라리 그게 편할지도 몰라.
나이 들면 귀도 멀어지고, 말도 어눌해 지고,
눈도 흐릿해 지는 게 자연의 이치지.

"나 간다. 앞으로 당분간 못 올 지도 몰라."
인사를 해도 귀에 이어폰을 끼고 뭐를 듣는지,
대답도 없다.
세상 편한 놈이다.

"맞아. 저렇게 사는 게 맞을지도 몰라."
자기에게 필요한 것만 보고, 듣고, 말하는...
저렇게 사는 게 정답이야.

벌레 씹은 기분으로 돌아서는데
장사익의 노래가 떠오른다.

'채소 파는 아줌마에게 물어본다.
희망 한 단에 얼마에요?
나두 몰라유~'


심장 수술을 한 다른 친구가 말한다.
"이젠 아무 욕심 없어.
돈도. 사랑도. 자식도...
아프지 않고 사는 게 제일이야."

아프지 않으려고 열심히 걷기를 하며
자꾸만 삐뚤삐뚤 흩어지는 걸음걸이에 신경이 쓰인다.
"이러면 안 되는데."

입춘이 지나니
해가 노루꼬리 만큼 길어졌는지
오후 6시가 넘어도 등짝에 비추는 햇살이 따뜻하네 그려.

남들은 이런 때를 "희망"이라 하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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