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기억 저 멀리

甘冥堂 2022. 6. 2. 14:55
한번 보고 두 번 보고
자꾸만 보고싶네.

그랬으면 얼마나 좋겠나?
한번 볼 땐 그려려니 했는데
다시 보려니 눈을 감고 싶다.
이를 어쩌나?

사랑하는 그녀였다면 그렇겠는가?
천 번이고 만 번이고 보고 싶겠지...

한번 보고 돌아서면 그만이다.
어디서 봤더라?
기억의 저 편으로 사라져버렸다.
교재 공부에 대한 아쉬움이다.


기억.
누군가는 망각이 있어 다행이라고 했다는데
고달프고 슬픈 기억이면 당연히 그래야겠지만.
마땅히 머리속에 넣어두어야 할 것을 잊어버리면,
그건 곤란하지.


우리 인간은 뇌의 기억 능력 못지않게
망각 기능 또한 신비롭다.

성인이 되면 기억세포들이
1시간에 약 3,600개가 사라지면서
망각을 견인한다네.

마음의 아픈 상처나 필요하지 않은 것은
세월이 가면 자연스레 잊혀진다.
기억뿐 아니라 이러한 망각도
인간에게는 축복이 아닐 수 없다.

독일의 철학자 니체는
"인간은 본성상 망각하는 동물이다" 라고 했다.
역설적이게도 망각은
삶에 필요하고 삶을 가능하게 하는 힘이다.


삶에 필요하고 삶을 가능하게 하는 망각이
내게도 필요하다면
그건 축복이 될 수도 있겠네만.
세상은 그렇게 만만치 않네 그려.

잊으려 하면 또렷히 되살아나고
기억 한쪽에 묶어두려하면
어느새 자취도 없이 흩어져 버리는 기억.

나의 기억세포는
1시간에 3,600개가 아니라
1분도 안 돼 사라지는 게 아닌가하는
의심이 들기도 한다.

기억아,
안 돼, 그러지 마.
아직 멀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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