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어느 늙은 부부의 이야기

甘冥堂 2022. 6. 12. 09:30
커피잔을 매만지던
스물한 살 어린 나를
딴지걸어 자빠뜨려
그 커피 식기도 전에 일 끝내고
묻은 꽃물 닦아주던
여보 그때가 생각나오

바쁘다는 출근시간
와이셔츠 구길까
마른수건 배에 깔고
순식간에 일 끝내고 출근하던
어렴풋이 생각나오
여보 그때를 기억하오


외동딸 유학 보내던 날
흐르는 눈물 보이지 않으려
먼 하늘만 쳐다보던

믿었던 아들 딴살림 내보낼 때
어린 손자 품에 안고
뒤돌아 흘리던 눈물방울이
이제는 모두 말라
여보 그날을 기억하오

꿀물 같던 젊은 시절
아들딸 품에 안고
천년 만년 살잤더니
이제는 모두 다 떠났다고
여보 내손을 꼭잡았소

세월은 그렇게 흘러 여기까지 왔는데
인생은 그렇게 흘러 황혼에 기우는데
저 세상에서 데리러 오지도 않은
백세 인생길에
무엇이 그리 바빠
서둘러 가려하오

외롭고 험한 세상
여기 나홀로 남겨두고
여보 왜 한마디 말이 없소.


...
가수 임영웅이 어느 공연장에서
'어느 60대 부부 이야기'를 부르다가
감정이 복받쳐 노래를 잇지 못하며 눈물짓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 노랫말을 약간 수정했다.
인생 백세는 살아야지
암. 그렇고 말고

9988234
구십구 세까지
팔팔하게 살다
이삼 일 아프다
팍 죽어야지.

95세까지 살다가
최근 영면한 송해 선생이 그랬다.
죽기 전날까지 후배 희극인과의 통화에서
"나, 아직 안 죽어!" 하고는
다음날 눈을 감았으니
참으로 부럽다.


화장실에서
해방된 듯한 밝은 얼굴에 궁뎅이 살살 흔들며
노래는 이어졌다

여보 나 또 시집 가란 말이오
여보 눈 한번 흘겨 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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