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 그리고 늦깍기 공부

時運과 天命

甘冥堂 2022. 6. 14. 16:26

시운(時運)과 천명(天命)
-여몽정(呂蒙正; 944~1011), 송(宋)의 명재상

하늘에는 예측할 수 없는 바람과 구름이 있고,
사람은 아침, 저녁[朝夕]에 있을 화(禍)와 복(福)을 알지 못한다.

지네(蜈蚣)는 발이 많으나 달리는 것은 뱀[蛇]을 따르지 못하고,
닭[鷄]은 날개가 크나 나는 것은 새[鳥]를 따르지 못한다.

말[馬]은 하루에 천리를 달릴 수 있으나 사람이 타지 않으면 스스로는 가지 못하며,
사람은 구름을 능가하는 높은 뜻[志]이 있어도 운(運)이 따르지 않으면 그 뜻을 이룰 수 없다.

문장(文章)이 세상을 덮었던 공자(孔子; BC551~BC479)도 일찍이 진(陳)나라 땅에서 곤욕을 당하였고,
무략(武略)이 뛰어난 강태공(姜太公, 子牙; BC1156~BC1017)도 위수(渭水)에서 낚시를 드리우고 세월을 보냈다.

도척(盜跖; 春秋時代, 魯)이 장수(長壽)하였으나 선량한 사람이 아니며,
안회(顔回; BC521~BC481)는 단명(短命)하였으나 흉악한 사람이 아니다.

요순(堯舜)은 지극한 성인(聖人)이나 불초한 자식을 낳았으며,
고수(高樹)는 우매(愚昧)한 인물이나 도리어 아들은 성인(聖人)을 낳았다.

장량(張良; BC250?~BC186?)도 원래는 한미한 선비였고,
소하(蕭何; BC257~BC193)는 일찍이 작은 고을의 현리(縣吏)였다.

안자(晏子; BC578~BC500?)는 키가 오척(五尺) 미만이나 제(齊)나라의 수상(首相)이 되었고,
제갈공명(諸葛孔明; 181~234)은 초려(草廬)에서 은거(隱居)하였으나 능히 촉한(蜀漢)의 군사(軍師)가 되었으며,
한신(韓信; ?~BC196)은 닭(鷄)을 잡을 힘도 없었으나 한(漢)나라의 대장(大將)이 되었다.

풍당(馮唐; ?~?, 漢)은 나라를 편안케 할 경륜이 있었으나 늙음에 이르도록 그 자리에 등용되지 못하였고,
이광(李廣; ?~BC119)은 호랑이를 쏠 수 있는 위력(威力)이 있었으나 종신토록 봉후(封侯)의 반열에 오르지 못하였다.

초왕(楚王)은 비록 영웅이나 오강(烏江)에서 자결함을 면치 못하였고,
한왕(漢王)은 비록 약하나 산하만리(山河萬里)를 얻어 황제가 되었다.

경륜과 학식이 가득하여도 백발이 되도록 급제(及第)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고,
재능과 학문이 성기고 얕아도 소년(少年)에 등과(登科)하는 사람도 있다.

또한 먼저는 부유하였으나 뒤에 가난한 사람도 있고,
먼저는 가난하였으나 뒤에 부유한 사람도 있다.

교룡(蛟龍)이 때를 얻지 못하면 물고기와 새우들이 노는 물속에 몸을 잠기며,
군자(君子)도 시운(時運)을 잃게 되면 소인(小人)의 아래에서 몸을 굽힌다.

하늘도 때를 얻지 못하면 해와 달이 광채가 없으며,
땅도 때를 얻지 못하면 초목이 자라지 않는다.

물도 때를 얻지 못하면 풍랑이 일어 잔잔할 수 없으며,
사람도 때를 얻지 못하면 유리한 운이라도 뜻이 통하지 않는다.

옛날 내가 낙양(洛陽)에 있을 때 하루는 승원(僧院)의 차가운 방에서 하룻밤을 신세지게 되었는데,
홑겹의 베옷으로는 몸을 가릴 수 없었고 멀건 죽으로는 그 배고픔을 이길 수 없었다.

이때 윗사람들은 나의 무능함을 미워하고, 아랫사람들도 나를 위압하였다.
사람들은 다 나를 천(賤)하다고 말한다.
이에 나는 말하기를 이는 천한 것이 아니다.
이것은 나에게 주어진 시운(時運)이며 또한 천명(天命)일 뿐이다.

그 뒤 나는 과거(科擧)에 급제하고 벼슬이 극품(極品)에 이르러 지위가 삼공(三公)의 반열에 올랐다.
직분은 만조백관(滿朝百官)을 통솔하고 탐관오리(貪官汚吏)를 징벌(懲罰)하는 권한을 잡았으며,
밖으로 나가면 채찍을 든 장사(壯士)들이 호위하고 집으로 들어가면 미인이 시중을 들어준다.

입는 것을 생각하면 능라금단(綾羅錦緞)이 쌓여 있고,
먹는 것을 생각하면 산해진미(山海珍味)가 가득하다.

이때 윗사람은 나를 총애하고 아랫사람은 나를 옹호한다.
사람들은 다 우러러 사모하며 나를 귀(貴)하다고 말한다.
이에 나는 말하기를 이는 귀(貴)한 것이 아니다.
이것은 나에게 주어진 시운(時運)이며 또한 천명(天命)일 뿐이다.

대저 사람이 이 세상에 사는 동안 부귀(富貴)만을 받드는 것은 옳지 않으며,
빈천함을 업신여기는 것도 또한 옳지 못하다.

이는 천지(天地)가 순환(循環)하며 마치면 다시 시작하는 이치와 같은 것이다.


◈ 파요부(破窯賦)
위의 시운과 천명의 원문인 여몽정의 파요부(破窯賦)를 함께 올리니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파요부(破窯賦)란 도자기를 굽는 곳을 말하는데, 宋나라 명재상 여몽정(呂蒙正; 944∼1011)이 남긴 글의 제목이다.
강직함과 후덕함으로 후세까지 명망이 높았던 그는 관직이 삼공의 반열에까지 올라 부귀를 누렸지만

그는 자신의 성공을 시운지덕(時運之德)이라 생각하였다.
사람이 잘되고 못되는 것이 다 때와 운명에 달렸다는 것이다.

天有不測風雲 (천유부측풍운)
人有旦夕禍福 (인유단석화복)
蜈蚣百足行不及蛇 (오공백족행부급사)
家鷄翼大飛不及鳥 (가계익대비부급조)
馬有千里之程 (마유천리지정)
非人不能自往 (비인부능자왕)
人有凌雲之志 (인유릉운지지)
非運不能騰達 (비운부능등달)
文章蓋世孔子尙困於東邦 (문장개세공자상곤어동방)
武略超群太公垂釣於渭水 (무략초군태공수조어위수)
盜跖年長不是善良之輩 (도척년장부시선량지배)
顔回命短非凶惡之徒 (안회명단비흉악지도)
堯舜至聖却生不肖之子 (요순지성각생부초지자)
瞽叟頑呆反生大聖之兒 (고수완매반생대성지아)
張良原是布衣 蕭何稱謂縣吏 (장량원시포의 소하칭위현이)
晏子身無五尺封爲齊國首相 (안자신무오척봉위제국수상)
孔明居臥草廬能作蜀漢軍師 (공명거와초려능작촉한군사)
韓信無縛鷄之力 封爲漢朝大將 (한신무박계지력 봉위한조대장)
馮唐有安邦之志 到老半官無封 (풍당유안방지지 도노반관무봉)
李廣有射虎之威 終身不第 (이광유사호지위 종신부제)
楚王雖雄難免烏江自刎 (초왕수웅난면오강자문)
漢王雖弱却有河山萬里 (한왕수약각유하산만리)

하늘에는 예측할 수 없는 바람과 구름이 있고, 사람은 아침 저녁에 있을 화와 복을 알지 못한다.
오공(지네)은 발이 많으나 달리는 것은 뱀을 따르지 못하고, 닭은 날개는 크나 나는 것은 새를 따르지 못한다.
말은 하루에 천리를 달릴 수 있으나 사람이 타지 않으면 스스로 가지 못하며
사람은 비록 구름과 같은 뜻이 있다고 하여도 운이 따르지 않으면 그 뜻을 펼칠 수 없다.
학문이 세상을 뒤 덮은 공자도 일찍이 진나라에서 곤욕을 당하였으며
무략이 출중한 강태공도 위수 강가에서 낚시를 드리우며 세월을 보냈다.
도척은 장수하였으나 선량한 사람이 아니었으며 안회는 단명하였지만 흉악한 사람이 아니었다.
요순은 비록 성인이었으나 불초한 자식을 낳았으며 고수는 완고하고 미련하였지만 도리어 대성인을 낳았다.
장량은 원래 한미한 선비였고 소하는 작은 현의 관리에 불과 하였으며
안자는 오척이 안되는 단신이었으나 제나라의 수상으로 봉하여졌다.
제갈공명은 초려에 은거하다 촉한의 불세출의 군사가 되었으며

한신은 스스로 닭 잡을 힘도 없었으나 한조의 대장군이 되었다.
풍당은 나라를 평안하게 할 뜻이 있었으나 늙도록 미관말직도 얻지를 못하였으며

이광 또한 활로 호랑이를 쏠 수 있는 위력이 있었으나 종신토록 급제를 하지 못하였다.
초왕은 비록 영웅이나 오강에서 자결함을 면치 못하였고
한왕은 비록 약하였으나 산하 만리의 나라를 세웠다.

滿腹經綸白髮不第 才疏學淺少年登科 (만복경륜백발부제 재소학천소년등과)
有先富而後貧 有先貧而後富 (유선부이후빈 유선빈이후부)
蛟龍未遇潛身於魚蝦之間 (교룡미우잠신어어하지간)
君子失時拱手於小人之下 (군자실시공수어소인지하)
天不得時日月無光 地不得時草木不長 (천부득시일월무광 지부득시초목부장)
水不得時風浪不平 人不得時利運不通 (수부득시풍랑부평 인부득시리운부통)
昔時也 余在洛陽 日投僧院 夜宿寒窯 (석시야 여재낙양 일투승원 야숙한요)
布衣不能遮其體 淡粥不能充其飢 (포의부능차기체 담죽부능충기기)
上人憎 下人壓 皆言余之賤也 (상인증 하인압 개언여지천야)
余曰, 非賤也 乃時也運也命也 (여왈, 비천야 내시야운야명야)
余及第登科官至極品 位列三公 (여급제등과관지극품 위열삼공)
有撻百僚之杖 有斬嗇吝之劍 (유달백료지장 유참색인지검)
出則壯士 執鞭 入則佳人捧秧 (출칙장사 집편 입칙가인봉앙)
思衣則有綾羅錦緞 思食則有山珍海味 (사의칙유능라금단 사식칙유산진해미)
上人寵 下人擁 人皆仰慕 言余之貴也 (상인총 하인옹 인개앙모 언여지귀야)
余曰, 非貴也 乃時也運也命也 (여왈, 비귀야 내시야운야명야)
蓋人生在世 (개인생재세)
富貴不可捧 貧賤不可欺 (부귀부가봉 빈천부가기)
此乃天地循環 終而復始者也 (차내천지순환 종이복시자야)

경륜 가득 백발이 되도록 급제를 못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재능 없고 학문이 깊지 못해도 소년에 등과 하는 사람도 있고
처음에는 부유하다 나중에 가난해지는가 하면
처음에는 가난하다가도 나중에는 부자가 되기도 한다.
교룡이 때를 얻지 못하면 물고기나 새우들이 노는 물속에 몸을 잠기며
군자도 시운을 얻지 못하면 소인의 아래에서 몸을 굽힌다.
하늘도 때가 되지 않으면 해와 달의 광채가 없으며
땅도 때가 되지 않으면 초목이 자라지 않는다.
물도 때가 되지 않으면 풍랑이 일어 잔잔할 수 없으며
사람도 때를 얻지 못하면 이로운 운이라도 뜻이 통하지 않는다.
내가 어릴 적 낙양에 머무를 때 낮에는 절에 가서 밥을 얻어먹고 밤에는 차가운 도자기 가마에서 잠을 청하였다.
입는 옷은 몸을 다 가릴 수 없었고 멀건 죽으로는 배고픔을 면할 수가 없었다.
그 때 윗사람들은 나를 미워하였고 아래 사람들 역시 나를 억누르려 하며 모두 나에 대하여 말하기를 천하다고 하였다.
내가 말하기를 이것은 천한 것이 아니고 나에게 주어진 時와 運과 命이 그러한 것뿐이다.
내가 그 뒤에 과거에 등과를 하고 벼슬이 높아져 지위가 삼공의 반열에 이르니
만조백관을 통솔할 수 있고 생사여탈의 징벌 권한을 가지게 되었다.
밖으로 나갈 때는 채찍을 든 군사들이 호위하고 집으로 돌아오면 미인이 시중을 거들며
옷 입을 생각만 하면 능라금단이 대령되고 음식 먹을 생각만 해도 산해진미를 대령하였다.
윗사람은 나를 총애하며 신분이 낮은 이들은 나를 받들면서 모든 사람들이 우러러 흠모하고 말하기를

내가 귀하다고 하였다.
그 때 내가 말하기를 내가 귀한 것이 아니고 단지 나에게 주어진 時와 運과 命일 뿐이라 하였다.
대저 사람이 이 세상을 사는 동안에 부귀만을 받드는 것은 옳지 못하며 빈천함을 업신여기는 것 또한

옳지 않은 것으로 이는 천지가 순환하여 마치면 다시 시작하는 이치와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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