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은 중금속 범벅? 가짜뉴스가 재생에너지 죽인다 [탄소빌런, 서울]
영국 중부 도시 노팅엄에 있는 친환경 주택 위에 태양광 패널이 설치돼있다.
주택 지붕 위엔 커다란 태양광 패널이 설치돼 있고(영국 노팅엄),
도심 번화가에서 2~3㎞ 거리에 육·해상 풍력발전기가 바쁘게 돌아간다(덴마크 코펜하겐).
한국일보 기후대응팀이 해외 도시의 탄소감축 노력을 취재하며 본 광경이다.
유럽 국가들은 이처럼 도시 내 재생에너지 발전에 적극적이다.
유럽연합(EU)이 지난 5월 2025년까지 공공건물에,
2029년까지 신축 주거용 건물에 태양광을 설치하라는 정책을 내놓을 정도다.
반면 한국에서는 재생에너지까지 '정치 이념화'되어서 반대에 부딪히고 있다.
태양광 등 발전시설이 환경과 인체에 해롭다는 주장까지 떠돌며
'재생에너지 혐오'를 부추긴다. 논란에 대해 검증해봤다.
① 태양광 발전시설에서 나오는 전자파는 인체에 해롭다?
태양광 모듈에는 직류 전기가 흐르기 때문에 전자파가 발생하지 않는다.
직류를 교류로 변환하는 인버터에서 주로 전자파가 발생하는데 이 역시 미미한 수준이다.
가정용 태양광 시설(3kW)도 있었는데, 측정결과 정부의 전자파 인체보호기준(833mG)의
최대 2.8%에 그쳤다.
2013년 국립전파연구원이 세종시의 자전거 도로에 설치된 태양광시설의 전자파를 측정한
적이 있다. 하루 12MWh, 약 1,200가구가 사용 가능한 양의 전기를 생산하는 시설이다.
측정 결과 자기장 강도는 최대 0.007μT로 인체 보호 기준 대비 0.11%,
전기장 세기는 최대 0.17V/m로 기준 대비 0.2%로 인체에 영향이 없는 수준이었다.
② 태양광 모듈의 빛 반사로 눈부심 피해가 심하다?
태양광 모듈을 주거지 인근에 설치하면 빛 반사로 피해가 심할 것이라는 인식이 많다.
서울 수서역 북공영주차장 태양광 발전소 계획이 무산되는 과정에서도
‘눈부심 현상으로 인근 도로 차량 운전자들의 시야를 방해할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하지만 태양광 모듈의 빛 반사율은 일반 유리보다도 낮다.
2011년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태양광 모듈의 빛 반사율은 5.1%로 유리·플라스틱(8~10%), 붉은 벽돌(10~20%),
밝은 목재(25~30%)보다 낮았다.
빛 반사율이 낮은 이유는 태양광 모듈에는 빛이 잘 흡수되는 특수 유리를 사용하고,
빛 반사를 방지하는 코팅을 하기 때문이다.
태양광을 많이 흡수할수록 발전 효율이 높아지는 태양광 특성상 반사율이 낮아야 해서다.
③ 태양광 모듈은 중금속 덩어리다?
사용연한이 다한 태양광 폐패널에서 중금속이 나와 토양이 오염된다는 주장도
자주 볼 수 있는 '태양광 괴담' 중 하나이다.
국립환경과학원은 2018년 태양광 폐패널 4종을 대상으로 7가지 중금속
(구리, 납, 비소, 수은, 카드뮴, 크롬, 6가 크롬)에 대한 용출 실험을 했다.
그 결과 7가지 모두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상 지정폐기물 기준 미만으로 검출됐다.
특히 6가 크롬, 수은, 구리는 검출되지 않았다.
④ 풍력발전기의 소음·진동은 인체에 유해하다?
풍력발전은 터빈이 회전하기 때문에 소리가 발생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다만 몇백m 정도만 떨어져도 크게 영향이 없을 정도 수준이다.
2012년 미국 매사추세츠주 공공보건부 및 환경보호부의 연구에 따르면
풍력발전기 소음을 400m 떨어진 곳에서 측정한 결과 40dB이었다.
이는 한국의 소음·진동관리법 시행규칙상 주거지역의 사업장 및 공장 생활소음
규제기준인 주간 55dB, 야간 45dB 이하를 준수한다.
2016년 한국소음진동공학회의 연구에서도 풍력발전기의 소음은
2㎞를 벗어나면 38dB 이하로 감소하는 걸로 나타났다.
이는 ‘바람 소리 및 주위 소음에 묻히는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한국일보 신혜정입력 2022. 12. 14. 1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