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수유투(困獸猶鬪) - 위급할 때는 약한 짐승이라도 싸우려고 덤빔
위험한 상황에 부딪치면 잽싸게 달아나는 쥐는
‘고양이 앞에 쥐’란 말대로 고양이 앞에선 더욱 약하다.
이런 약점을 잡고 고양이가 막다른 곳까지 쥐를 몰아넣으면 어떻게 될까.
‘궁지에 빠진 쥐가 고양이를 문다’는 속담처럼 최후의 발악을 할 것이다.
窮鼠齧猫(궁서설묘, 齧은 깨물 설)란 성어대로 고양이가 당황하는 처지가 된다. 새도 막다른 곳까지 쫓기면 덤빈다는 鳥窮則啄(조궁즉탁)이나
심하게 괴롭히면 사로잡힌 새도 수레를 엎는다는 禽困覆車(금곤복거) 등
유사한 성어도 여럿이다.
아무리 약한 짐승이라도 곤경에 빠지면(困獸) 오히려 덤벼든다(猶鬪)는 이 말도 마찬가지 뜻이다.
‘春秋左氏傳(춘추좌씨전)’에 나온다.
무지렁이 순박한 사람일수록 어려움에 처하게 되면
이판사판 저항하게 되는 것을 비유했다. 사지에 몰린 적을 벼랑까지 쫓으면 결사적인 반격을 받게 되므로 피해야 한다는
孫子兵法(손자병법)의 窮寇勿迫(궁구물박)도 같은 의미의 경계다.
宣公(선공) 12년조에 실린 내용을 간추려보자.
晉(진)나라 景公(경공, 재위 기원전 600~581)때 楚(초)와 큰 싸움이 벌어졌는데
진의 장수 荀林父(순림보)가 크게 패했다.
경공이 대로하여 순림보를 참형에 처하려 하자 대부 士貞子(사정자)가 나섰다.
이전 文公(문공)이 초나라에 대승을 거두고도 근심에 싸여 있었는데
그 이유를 묻자 적의 장수가 살아 있었기 때문이라며 말했던 이야기를 들려준다.
‘곤경에 빠진 짐승일수록 더욱 힘껏 싸우는 법인데
하물며 재상이 살아 있으니 말할 나위 있겠는가(困獸猶鬪 況國相乎/ 곤수유투 황국상호)?’라고 문공이 말했다며
장수를 죽이는 것은 두 번 패하는 일이라고 간했다.
경공은 옳게 받아들이고 순림보의 관직을 회복시켰다.
잘못한 사람을 一罰百戒(일벌백계)하는 것은 쉽고 호응도 크게 받는다.
하지만 사람마다 그렇게 하지 않을 수 없었던 사정이 있을 수 있다.
마구잡이로 일을 처리했다가는 억울한 사람의 앙심을 살 수도 있고
나중에 원인이 밝혀져 처리한 것이 뒤집힐 경우도 있는 법이다.
어디까지나 조금의 여유는 항상 생각해야 한다.
/ 제공 : 안병화(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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