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사기를 지은 김부식(金富軾, 1075~1151) 이 책의 끝머리에
雖不足藏之名山 (수부족장지명산)
庶無使墁之醬瓿 (서무사만지장부)。
'비록 이름난 산에 비밀스러이 소장될 거리는 되지 못하나
간장항아리 덮개와 같은 쓸모 없는 것으로는 돌려보내지 말기를 바랍니다.'
임금에게 바치는 글에 감히 이런 불경스런 표현을 하다니.
그 책을 지은 자부심이 얼마나 컸으면 '간장항아리 덮개' 운운 했을까?
참으로 대단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나도 가끔 이 글을 원용한다.
'부디 냄비받침으로 쓰지나 마시길...'
자부심 때문이 아니라
책을 쓴 노력이 허무하게 무너질까 두렵기 때문이다.
책을 마무리하면서 문득 떠오르기에
옮겨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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