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8/28 2

감동의 서울대 생활수기 당선작

실밥이 뜯어진 운동화, 지퍼가 고장 난 검은 가방 그리고 색 바랜 옷~ 내가 가진 것 중 헤지고 낡아도 창피하지 않은 것은 오직 책과 영어 사전 뿐이다. 집안 형편이 너무 어려워 학원수강료를 내지 못했던 나는 칠판을 지우고 물걸레질을 하는 등의 허드렛일을 하며 강의를 들었다. 수업이 끝나면 지우개를 들고 이 교실 저 교실 바쁘게 옮겨 다녀야 했고, 수업이 시작되면 머리에 하얗게 분필 가루를 뒤집어 쓴 채 맨 앞자리에 앉아 열심히 공부했다. 엄마를 닮아 숫기가 없는 나는 오른쪽 다리를 심하게 절고 있는 소아마비이다. 하지만 난 결코 움츠리지 않았다. 오히려 내 가슴속에선 앞날에 대한 희망이 고등어 등짝처럼 싱싱하게 살아 움직였다. 짧은 오른쪽 다리 때문에 뒤뚱뒤뚱 걸어 다니며, 가을에 입던 홑 잠바를 한겨..

가을인가요

풀벌레 소리 찌륵찌륵 찌르르륵~ 새벽녘에는 홑이불을 덮어야 한다. 열대야에 시달리던 이상기후가 제자리로 돌아가려나 보다. '아 으악새 슬피 우니 가을인가요.~' 그 으악새를 철새로만 알았었다. 그게 억새풀의 방언이라는 걸 작년에야 알게 됐다. 억새풀이 바람에 흔들려 부딪힐 때 설마 '으악' 하는 비명소리는 들리지 않겠지만, 지방사투리도 이쯤 되면 상당히 난해하고 문학적이다. 여름은 여름답게 더워야 하고 가을은 가을답게 서늘해야 한다. 세상이 하 수상하니 봄인지 여름 인지, 여름인지 가을인지 구별을 할 수 없다. 저 인간이 아이인지 어른인지, 젊은이인지 노땅인지 구별이 안된다면 그걸 좋다고 해야 하나, 미쳤다고 해야 하나? 순리대로 돌아가야 모든 게 편안하다. 에어컨을 틀지 않아도 되니 얼마나 좋은가? 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