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8/05 14

微雨夜行 / 白居易

漠漠秋雲起 (막막추운기) 어두운 가을 구름 일고 稍稍夜寒生 (초초야한생) 점차 밤의 한기가 스며드네. 但覺衣裳濕 (단각의상습) 다만 옷 젖는 줄 알겠으나 無點亦無聲 (무점역무성) 빗방울도 빗소리도 없다네. 微雨(미우) : 이슬비. 가랑비. 漠漠(막막) : 흐릿하고 몽롱한 모습. 막막하다. 아주 넓거나 멀어 아득하다. 稍稍(초초) : 차츰. 점점. 조금 點(점) : 빗방울(雨點). 이 시는 백거이의 오언절구로 가을 저녁 밤길을 가다 가랑비가 내려 옷이 젖지만 빗방울도 빗소리도 들리지 않는 가을비 모습을 담담하게 읊은 시이다. 백거이(白居易, 772년 ~ 846년) 자(字)는 낙천(樂天)이며, 호는 취음선생(醉吟先生), 향산 거사(香山居士) 등으로 불리었다. 당나라 때 낙양(洛陽) 부근의 신정(新鄭)에서 태..

겸손은 천하를 얻고

겸손은 천하를 얻고 교만은 깡통을 찬다! 옛날 중국 어느 시골 마을에 살던 노인이 큰 성에 볼 일이 있어서 나귀를 타고 집을 나섰다. 성에 도착해 나귀를 끌고 걷다가 어느 집 문패를 보았는데 거기에 이렇게 쓰여 있었다. ‘세상에서 제일 장기를 잘 두는 사람이 사는 집’ 노인은 그 집 문을 두드렸다. "어떻게 오셨소?" "집주인과 장기를 한판 두고 싶어서 왔소" 이윽고 젊은 주인과 노인이 마주 앉아 장기를 두는데 주인이 내기를 제안했다. "그냥 두면 재미가 없으니, 진 사람이 스무 냥을 내면 어떻겠소이까?" "그거 좋소이다!" 그리하여 판돈 스무 냥을 걸고 장기를 두는데, 노인이 쩔쩔맸다. "어르신 장을 받으셔야지요." "과연 장기를 잘 두시는구려. 내가 졌소이다" "그러면, 약속대로 스무 냥을 내시지요...

섭리와 지혜

​태양(太陽)이 지면 그때가 저녁입니다. 결정(決定)은 태양 (太陽)이 하듯 인생 (人生)도 그때를 스스로 정(定) 하지 못합니다. ​돈은 가치(價値)를 묻지 않고 오직 주인 (主人)의 뜻에 따를 뿐입니다. 몸이 지치면 짐이 무겁고, 마음이 지치면 삶이 무겁습니다. 각질(角質)은 벗길수록 쌓이고, 욕심(欲心)은 채울수록 커집니다. 댐(dam)은 수문(水門)을 열어야 물이 흐르고 ​사람은 마음을 열어야 정(情)이 흐릅니다. 몸은 하나의 심장(心臟)으로 살지만 마음은 두 심장(心臟)인 양심(兩心)으로 삽니다. 친구(親舊)라서 이래도 되고, 저래도 되는 게 아니라 ​친구(親舊)라서 이래선 안 되고 저래선 안 된다는 것을 명심(銘心) 해야 합니다. 때론 침묵(沈默)이 말보다 값진 것이 되기도 합니다. 함부로 내..

303. 雜詩 / 无名氏

303. 雜詩 / 无名氏 잡시   近寒食雨草萋萋 (근한식우초처처) 한식이 가까운 봄비에 풀 무성하고著麥苗風柳映堤 (착맥묘풍류영제) 보리 싹을 스치는 바람에 버들은 뚝방을 물들였다.等是有家歸未得 (등시유가귀미득) 남들처럼 집이 있어도 돌아가지 못하는데杜鵑休向耳邊啼 (두견휴향이변제) 두견새야 귓가에서 울음을 멈추어 다오.     寒食(한식):청명절 전 兩日이 한식이다. 著(착):스치다, 바람에 흔들리다. 等是(등시):마찬가지로. 모두. 杜鵑(두견):두견새. 자규라고도 한다. 옛날 그 울음소리가 구슬프고 은은하여 마치 “不如歸去: 불여귀거)"하고 외치는 것 같아. 고향을 생각하는 사람의 旅愁를 가장 능동적으로 표현한다.     【해설】이는 나그네가 고향에 가지 못하는 정을 읊은 노래다. 한식 청명이 다..

302. 寄人 / 張泌

302. 寄人 / 張泌 어떤 사람에게   别夢依依到謝家 (별몽의의도사가) 헤어져 꿈에도 아쉬워 사랑하는 이의 집에 이르니小廊回合曲闌斜 (소랑회합곡난사) 작은 복도는 빙 두르고 굽은 난간은 비스듬했네.多情只有春庭月 (다정지유춘정월) 정이 많은 것은 단지 봄 마당에 뜬 달 뿐猶為離人照落花 (유위이인조낙화) 아직도 이별한 사람을 위해 낙화를 비춰주네.     이 제목으로 원래 시 2수가 있으나 여기서는 그 중 한 수다.   依依(의의):연연해하며 잊지 못하는 모양. 謝家(사가):사랑하는 사람이 사는 곳을 가리킨다. 당인들은 항상 萧娘(소랑)과 謝娘(사랑)을 일러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기녀의 집을 의미하기도 한다. 回合(회합):둘러싸다. 빙 두르다. 離人(이인):이별한 사람. 여기서는 시인 자신을 가리..

301. 隴西行 / 陳陶

301. 隴西行 / 陳陶 농서의 노래   誓掃匈奴不顧身 (서소흉노불고신) 흉노 토벌을 맹세하고 몸을 돌보지 않다가五千貂錦喪胡塵 (오천초금상호진) 오천 장사들 오랑캐 땅 먼지 속에서 죽었다.可憐無定河邊骨 (가련무정하변골) 가련하다, 무정하 가의 해골들猶是春閨夢裏人 (유시춘규몽리인) 아직도 봄날 규방 아내의 꿈속 사람이겠지.     隴西行(농서행):옛 악부相和歌辭. 瑟調曲>의 옛 제목. 제하에 원래 시 4수가 있으며 여기서는 그 2수다.   貂錦(초금):漢 羽林軍이 입은 담비 모피로 만든 귀인의 옷으로, 여기서는 將士를 가리킨다. 이 2구는 漢 李陵 장군의 故事다. 이릉은 흉노를 격퇴시키기 위하여 보졸 5천명을 인솔하고 사막에 깊게 침투하여 유인전술을 썼다. 그러나 구원병이 오지 않아, 죽고 상하여 모..

300. 金陵圖 / 韋莊

300. 金陵圖 / 韋莊 금릉도   江雨霏霏江草齊 (강우비비강초제) 강엔 비 쏟아지고 강둑의 풀은 가지런한데六朝如夢鳥空啼 (육조여몽조공제) 육조는 꿈 같이 가고 새만 생각 없이 운다.無情最是臺城栁 (무정최시대성류) 제일 무정한 것은 대성의 버드나무 依舊烟籠十里堤 (의구연롱십리제) 변함없이 안개에 싸여 십리 제방에 늘어섰다.     金陵(금릉):지금의 강소 남경시. 이 제목으로台城>이 있다. 원래 2수가 있었으나 여기서는 그 두 번째 수다. 작자가 옛날을 위로하고 지금을 마음 상해하는 작품이다.   霏霏(비비):비가 흩날리거나 매우 성한 모양. 齊(제):가지런하다. 풀이 무성하여 높낮이가 없이 평평하게 깔려 있다는 뜻이다. 六朝(육조):吳, 東晋. 宋, 齊, 梁, 陳을 육조라 한다. 금릉은 이 육..

299. 已涼 / 韓偓

299. 已涼 / 韓偓 이미 서늘한데   碧闌干外繡簾垂 (벽난간외수렴수) 푸른 난간 밖으로 수놓은 발 내리고猩色屏風畫折枝 (성색병풍화절지) 선홍색 병풍엔 절지화가 그려져 있다.八尺龍鬚方錦褥 (팔척용수방금욕) 여덟 자 용수초로 짠 네모난 비단 요已涼天氣未寒時 (이량천기미한시) 이미 서늘한 날씨인데 아직 춥지 않다네.     이 제목으로는 원래 2수가 있는데 여기서는 그 첫 번째 수다.   猩色(성색):진홍색. 원숭이 피 같은 안색. 折枝(절지):화분을 그리는 일종의 기법으로 가지는 그리지만 뿌리와 함께 그리지는 않는다. 즉 꽃이 피어 있는 가지의 일부분을 그린 그림으로 마치 잘린 꽃을 그린 것 같아서 붙여진 이름이다. 큰 화면에 꽃나무 전체를 그린 그림과 구별된다. 龍鬚(용수):여기서는 용수초로 짠 ..

298. 馬嵬坡 / 鄭畋

298. 馬嵬坡 / 鄭畋 마외파   玄宗回馬楊妃死 (현종회마양비사) 현종은 말을 돌려 돌아왔지만 양귀비는 죽어雲雨難忘日月新 (운우난망일월신) 운우지정 못 잊는데 세월은 새롭네.終是聖明天子事 (종시성명천자사) 결국은 현명하신 천자의 처사였으니景陽宫井又何人 (경양궁정우하인) 경양궁 우물 속으로 들어간 이는 또 누구였나?     馬嵬(마외):지금의 섬서 흥평현에 있다. 당 천보14載 안록산의 반란으로 다음해 현종은 황망히 촉으로 도망가는데, 마외역에 이르러 양귀비를 죽게 하고 이곳에 묻었다. 回馬(회마):반란이 평정된 것을 가리키며, 당 현종이 촉으로부터 장안으로 돌아왔다. 雲雨(운우):宋玉의高唐賦>에 楚王이 꿈에 巫山의 神女를 만나, 신녀가 자칭 “旦爲朝雲, 暮爲行雨(저는 아침에는 구름이 되었다가 저녁에는..

297. 瑤瑟怨 / 温庭筠

297. 瑤瑟怨 / 温庭筠 거문고의 원망   冰簟銀床夢不成 (빙점은상몽불성) 은침대의 찬 대자리에서 꿈을 이루지 못하는데碧天如水夜雲輕 (벽천여수야운경) 물과 같은 푸른 하늘에 밤 구름이 가볍다.鴈聲逺過瀟湘去 (안성원과소상거) 기러기 울음소리 멀리 소상강을 지나고 十二樓中月自明 (십이루중월자명) 십이루 규원의 달빛은 스스로 밝다.     瑤瑟(요슬):거문고의 아름다운 이름. 이것은 규원시다. 冰簟(빙점):(대자리 점) 서늘한 자리. 銀床(은상):달빛이 비치는 평상. 瀟湘(소상):물 이름. 즉 소수. 상강. 지금의 호남 경내에 있다. 이곳은 劉禹錫의瀟湘神> 詩에:“楚客欲廳瑤瑟怨, 瀟湘深夜月明時(초객욕청요슬원, 소상심야월명시)"를 이용했다.   十二樓(십이루):五城十二樓의 약칭으로 원래 신선들이 사는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