唐詩 300首 飜譯

長恨歌 / 白居易

甘冥堂 2013. 1. 1. 22:09

 

長恨歌   /   白居易  124

                          긴 한의 노래


漢王重色思傾國,    한왕은 여색을 좋아하여 경국지색만 생각하나,

御宇多年求不得.    다스리는 여러해 동안 구하지 못하였다.

楊家有女初長成,    양씨네 딸이 있어 이제 막 장성하였으나,

養在深閨人未識.    깊은 규방에 있어 사람들 알아 보지 못했네.

天生麗質難自棄,    하늘이 주신 아름다움 스스로 버리지 못하여,

一朝選在君王側.    하루아침에 선택되어 군왕곁에 머물게 되었네.

回頭一笑百媚生,    머리 돌려 한번 웃음에 백가지 예쁨 생기니,

六宫粉黛無顏色.    육궁의 궁녀들 화장해도 빛이 안 났다.

春寒賜浴華清池,    봄추위에 화청지에서 목욕하라 은총내리니,

溫泉水滑洗凝脂.    온천수는 매끄러워 기름진 몸을 씻어낸다.

侍兒扶起嬌無力,    고운 몸 기력이 없어 아이에 기대어 부축받고 일어나니,

始是新承恩澤時.    처음으로 새로운 은택을 입은 때였다.

雲髩花顏金步搖,    구름같은 머리 꽃같은 안색 금보요로 장식하고,

芙蓉帳暖度春宵.    부용장 따뜻한 장막에서 봄밤을 지샌다.

春宵苦短日高起,    봄날의 밤은 너무 짧아 해가 높아야 일어나니,

從此君王不早朝.    이로부터 임금님 조회에 참석하지 않네.

承歡侍宴無閒暇,    환심을 얻어 연회 모시느라 한가할 틈이 없고,

春從春遊夜專夜.    봄이면 봄을 따라 놀고 밤이미면 온 밤을 오로지 하네.

後宫佳麗三千人,    후궁들 아름답고 고운 이 삼천 명인데,

三千寵愛在一身.    삼 천의 총애 한 몸에 받았네.

金屋粧成嬌侍夜,    황금 궁궐에서 아리땁게 꾸미고 밤을 모시는데,

玉樓宴罷醉和春.    옥루의 연회도 끝나면 춘정과 함께 취했다.

姊妹弟兄皆列土,    자매형제들 모두 열사가 되니,

可憐光彩生門户.    광채가 집안에 생기는 것을 가히 부러워하였다.

遂令天下父母心,    마침내 천하의 부모 마음으로 하여금,

不重生男重生女.    아들 낳기는 가벼이하고 딸 낳기를 중히 여기게 하였다.

驪宫高處入青雲,    여궁 높은 곳 푸른 구름 속으로 들어가,

仙樂風飄處處聞.    신선의 음악이 바람 따라 곳곳에 들린다.

緩歌謾舞凝絲竹,    느린노래 느린 춤은 관현악에 어우러지고,

盡日君王看不足.    임금님 하루 종일 보아도 보시기에 부족하다.

 

漁陽鞞鼔動地來,    어양땅의 북소리가 땅을 울리며 오는데,

驚破霓裳羽衣曲.    예상우의곡도 놀라 깨어진다.

九重城闕煙塵生,    구중 성궐에 연기와 먼지 일고,

千乘萬騎西南行.    천승만마가 서남으로 떠난다.

翠華搖搖行復止,    화려한 보석들 흔들흔들 가다가 또 멈추고,

西出都門百餘里.    서쪽으로 도성 백여리를 나오더니.

六軍不發無奈何,    육군이 출발하지 않으니 어찌 할줄 모르는데,

宛轉蛾眉馬前死.    어여쁜 양귀비는 말 앞에서 죽어야 했다.

花鈿委地無人收,    꽃 비녀 땅에 버려도 줏는 이 없고,

翠翹金雀玉搔頭.    비취 머리개 금작 옥소두 마져도.

君王掩面救不得,    임금님은 구할 수 없어 얼굴을 가리는데,

回首血淚相和流.    머리돌려 피와 눈물을 번갈아 흘리셨다.

黃埃散漫風蕭索,    누런 먼지 흩어지고 바람은 쓸쓸히 부는데,

雲棧縈紆登劍閣.    구름사다리 구불구불 검각을 오른다.

峨嵋山下少人行,    아미산 아래는 지나가는 사람들 드물고,

旌旗無光日色薄.    깃발은 광채 없고 햇빛도 색이 바랬다.

蜀江水碧蜀山青,    촉나라 강물은 짙고 산도 푸른데,

聖主朝朝暮暮情.    임금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그리워한다.

行宫見月傷心色,    행궁에서 달을 보곤 상심하는 기색 짓고,

夜雨聞鈴腸斷聲.    밤비에 말방울 울리는데 애간장 끊는 소리라네.

 

天旋地轉迴龍馭,    하늘이 돌고 땅이 바뀌어 황제 수레를 몰아 서울로 돌아가는데,

到此躊躇不能去.    이곳에 이르니 주저하며 떠날 수 없다.

馬嵬坡下泥土中,    마외파 언덕 아래 진흙 속에서,

不見玉顏空死處.    옥같은 얼굴 보이지 않고 죽은 자리만 공허하다. 

君臣相顧盡沾衣,    임금과 신하 서로 돌아보며 옷깃을 적시고,

東望都門信馬歸.    동쪽으로 도문 바라보며 말을 따라 돌아갈 뿐.

歸來池苑皆依舊,    돌아오니 연못과 동산은 모두 예전과 같은데,

太液芙容未央柳.    궁궐안 연못의 부용 미앙의 버드나무 춤춘다.

芙容如面柳如眉,    부용은 귀비의 얼굴같고 버들은 눈썹 같은데,

對此如何不淚垂.    이를 대하니 어찌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있는가.

春風桃李花開夜,    봄바람에 복숭아꽃 오얏꽃 피는 밤에,

秋雨梧桐葉落時.    가을비에 오동나무잎 떨어질 때에

西宫南苑多秋草,    서궁과 흥경궁에 가을 풀들 가득하고,

宫葉滿堦紅不掃.     대궐에는 낙엽이 섬돌 가득 붉어도 쓰는 이 없네.

梨園弟子白髮新,    이원의 제자들 백발이 새롭고,

椒房阿監青娥老.    초방의 후비 아감들의 청춘도 늙었다.

夕殿螢飛思悄然,    저녁 전각에 반딧불이 나니 초연한 생각들고,

孤燈挑盡未成眠.    외로운 등 심지가 다 타도 잠 못이룬다.

遲遲鐘鼓初長夜,    느릿한 쇠북소리 밤이 길어지는데,

耿耿星河欲曙天.    밝디 밝은 은하수에 동이 트려하네.

鴛鴦瓦冷霜華重.    원앙 기와 싸늘하고 서리꽃이 무거워져,

翡翠衾寒誰與共?   비취 이불 차가운데 누구와 함께 하랴?

 

悠悠生死别經年,    아득한 생과 사의 이별 해를 넘겨도,

魂魄不曾來入夢.    혼백은 꿈속에 아직도 오지 않네.

臨卭道士鴻都客,    임공 도사 홍도객은,

能以精誠致魂魄.    능히 정성으로 혼백을 부를 수 있다 하네.

為感君王展轉思,    그리움으로 임금님이 뒤척이는 것에 감동하여,

遂教方士慇懃覔.    마침내 도사에게 일러 은근히 찾게하였다.

排空馭氣奔如電,    하늘 높이올라 기운을 부려 바쁘기 번개와 같이,

升天入地求之遍.    하늘에 오르고 땅속에 들어가 두루 찾았으나,

上窮碧落下黃泉,    하늘 끝 궁벽에 오르고 아래로는 황천까지 내려갔으나,

兩處茫茫皆不見.    두 곳 모두 아득하여 찾을 수가 없었네.

忽聞海上有仙山,    홀연 바다위에 신선의 산이 있다는 소문 들었으나,

山在虚無縹緲間.    산은 아득한 허공 속 가물가물한 곳에 있다.

樓閣玲瓏五雲起,    누각은 영롱하고 오색 구름이 이는 데,

其中綽約多仙子.    그 안에는 단아하고 아름다운 신선들이 많았다.

中有一人字太眞,    그 중에 자를 태진이라고 하는 사람이 있는데,

雪膚花貌參差是.    눈같은 피부에 꽃같은 얼굴 그녀인 듯하였네.

金闕西廂叩玉扃,    금 대궐 서쪽 행랑채에 옥 빗장을 두두려,

轉教小玉報雙成.    임금의 교서 소옥더러 쌍성에게 보고하게 하였다.

聞道漢家天子使,    한나라 천자의 사신이라는 말을 듣고,

九華帳裡夢魂驚.    구화 장막 속에서 꿈꾸던 혼이 놀라네.

攬衣推枕起徘徊,    옷깃 잡고 베게를 밀어 일어나 서성이는데,

珠箔銀屏邐迤開.    주렴과 은병풍 비스듬이 열리네.

雲髩半偏新睡覺,    구름같은 머리는 반쯤 빗겨 잠에서 막 깨어,

花冠不整下堂來.    화관도 바르게 하지 못한 채 당에서 내려온다.

風吹仙袂飄飄舉,    바람 불어 신선의 옷소매 하늘하늘 올라가는 것이,

猶似霓裳羽衣舞.    예상우의무를 추는 것과 같았다.

玉容寂寞淚闌干,    옥같은 얼굴 적막한데 눈물은 줄줄 흘러,

梨花一枝春帶雨.    배꽃 한가지 봄비에 젖은 둣하다.

含情凝涕謝君王,    정을 머금어 눈물이 맺혀 임금님께 감사하는데,

一别音容兩渺茫.    한번 헤어지니 목소리도 용모도 아득하다.

昭陽殿裡恩愛絶,    소양전에서의 은혜와 사랑 모두 끊어지고,

蓬萊宫中日月長.    봉래궁에서 해와 달은 길기만 하다.

回頭下望人寰處,    머리 돌려 아래 인간세상을 내려다보니,

不見長安見塵霧.    장안은 보이지 않고 먼지 안개만 보인다.

唯將舊物表深情,    오로지 옛 정표로 깊은 정을 표하고자,

鈿合金釵寄將去.    금합과 금차를 장차 부치려 하네.

釵留一股合一扇,    금차는 다리 하나 남겨 두고 금합도 한 조각 남겼으니,

釵擘黃金合分鈿.    황금 비녀를 쪼개고  금합은 뚜껑을 나누 것이다..

但令心似金鈿堅,    단지 마음을 금옥잠처럼 견고하게 한다면,

天上人間會相見.    하늘에서든 인간세에서든 틀림없이 만날 수 있겠지.

臨别殷勤重寄詞,    이별에 임하여 은근하게 거듭 부탁하는 말에는,

詞中有誓兩心知.    말 중에 있는 맹세 두 사람만 알리라.

七月七日長生殿,    칠월칠석 장생전에서,

夜半無人私語時.    한밤중에 아무도 없을 때 사사로이 했던 말씀.

在天願作比翼鳥,    하늘에서는 비익조 되고,

在地願為連理枝.    땅에서는 연리지 되기를 원하셨네.

天長地久有時盡,    하늘은 길고 땅은 오래 다할 때가 있으나,

此恨綿綿無絶期!    이들의 한은 면면히 이어져 다할 날이 없으리!

 

 

楊家有女: 양옥환을 가리킨다. 그녀는 촉주사호 양현렴의 딸로 홍농(지금의 하남성 영보현)사람이다. 일설에는 포주(지금의 산서성 포현)사람이라고도 한다. 어렸을 때 아버지가 일찍 사망하여 숙부 양현규의 집에서 자랐는데 개원23년(735) 현종의 18번째 아들 壽王 李瑁(이모)의 妃로 책봉되었다. 그러나 현종은 그녀가 마음에 들어 개원 28년(740) 그녀에게 우선 여도사가 될 것을 명하여 태진궁에 거하게 햇고 太眞이라는 이름을 하사했으며 천보4년(745)에는 정식으로 귀비로 책봉했다. 시에 쓰인 것은 사실과 부합되지 않는다. 이는 백거이가 당 현종의 떳떳지 못한 것을 직접 표현하기를  피하려 한 것이다. 

 

列土(열토): 땅을 나누어서 작위에 맞게 하사하다.  이 구절은 양귀비의 일가가 모두 봉토를 받은 것을 말한다.  큰언니는 한국부인, 셋째언니는 괵국부인에 여덟째 언니는 진국 부인에 봉해졌다. 霓裳羽衣曲:(예상우의곡) 무지갯빛 치마에 깃털로 장식된 옷이란 뜻으로 춤곡의 이름이다.  궁정가무의 집대성이다.  翠翹(취교): 비취새의 깃털 모양의 머리 장식.  金雀(금작): 금으로 만든 비녀의 일종. 玉搔頭(옥소두): 옥비녀.

雲棧(운잔): 잔도. 산세가 험하여 통행하기 어려우면 절벽에 나무 막대기를 꽂고 그 위에 널빤지를 깔아서 길을 만드는데 이를 잔도라 한다. 縈紆(연우) 얽히다. 휘감기다. 夜雨聞鈴: 빗속에 듣는 말방울 소리에 임금의 한이 더 깊어감을 이른 것.

 

天旋地轉:하늘과 땅이 뒤바뀌다. 여기서는 숙종 지덕2년(757) 10월. 郭子儀의 군대가 장안을 수복하고 12월에 현종이 수도로 돌아온 것을 말함.  馬嵬坡(마외파): 양귀비가 죽은 곳으로 섬서성 홍평현 서쪽에 있다.  太液(태액); 당나라 대명궁 안에 있던 못. 지금의 서안시 동쪽에 있다.  未央: 미앙궁. 西宮: 태극궁.  南苑: 흥경궁. 흥경궁이 황성의 동남쪽에 잇기 때문에 이렇게 불렀다.  현종은 장안으로 돌아온 후 처음에는 흥경궁에 거주했는데 이 궁전이 큰 길과 가까워서 復位를 시도할 위험성이 있다고 생각한 숙종의 근신들이 그를 태극궁으로 옮겨 연금상태로 만들었다.  梨園(이원): 현종 때 궁정 가무를 가르치던 기구.  椒房(초방): 옛날에는 진흙에 산초가루를 섞어서 벽을 바르면 방이 따뜻하고 향기로울뿐 아니라 아들을 많이 낳는다고 믿었다. 초방은 원래 비앙궁에 있던 전각의 이름인데 여기서는 후비의 거처를 가리킨다. 阿監(아감): 궁중의 女官. 青娥(청아): 젊고 아름다운 얼굴.

 

臨卭(임공): 지금의 사천성 공래현. 鴻都(홍도): 후한 때 낙양에 있던 궁문의 이름. 여기서는 장안을 가리킨다. 이 구절은 촉 땅의 도사가 장안에 와서 나그네가 되었다는 뜻이다.  碧落(벽락): 도가에서 말하는 天界.

虚無縹緲(허무표묘): 허무맹랑하다, 헛되고 실속 없다.   綽約(작약): 단아하고 아름답다.  參差(참차): 아마~인 듯하다. 金闕: 금으로 지은 신선의 궁궐. 西廂(서상) 서쪽의 곁채. 叩(고): 두드리다. 玉扃(옥경): 옥으로 만든 문.  小玉: 오왕 부차의 딸로 후에 신선이 되었다고 한다. 雙成: 서왕모의 시녀인 董雙成. 여기서는 소옥, 쌍성 모두 양귀비의 시녀를 가리킨다. 邐: 이어질 리, 迤: 비스듬할 이.  邐迤(이리): 차례대로.  袂:소매 몌.   闌干: 눈물이 줄줄 흐르다  寰處(환처): 인간세상.    鈿合(전합); 나전세공을 가한 향합 따위의 작은 상자.  金釵 (금채): 금비녀. 擘: 엄지손가락 벽. 쪼개다. 가르다.

比翼鳥(비익조): 전설상의 외눈과 외날개를 가진 새. 자신과 다른 쪽의 눈과 날개를 가진 짝을 만나야 비로소 완전한 새가 될 수 잇다고 한다. 주로 남녀간의 두터운 사랑을 비유한다.  連理枝(연리지): 두 그루의 서로 다른 나무가 자라는 도중에 가지가 서로 붙어버린 것을 말한다.

 

 

이 시는 백거이가 35세 되던 해인 원화 원년(806)에 주질(지금의 섬서성 주지) 현위로 있으면서 지은 것이다.

시는 당현종과 양귀비의 애정과 비극을 서술하였다. 시인은 역사 인물과 전설을 빌어 예술형상으로 다듬고 창조하여 사람을 감동시키고, 현실생활과 진실을 재현해 내어, 천백년 이래 독자들을 감염시켰다.

모든 이들이 당 현종이 경국지색을 그리워 한 결과 정치적 비극의 원인이 되었다고하며 현종의 어리석음을 비판하였으나, 백거이는 시각을 조금 달리하여 그들의 사랑을 아름답게 그려내어, 현종과 양귀비의 비극적인 사랑을 미화시켰다. 마지막 두 구절은 詩題의 긴 恨을 언급하며 작품을 마무리하는 독특한 기법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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