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그리스인 조르바

甘冥堂 2018. 6. 15. 09:13

머리에 먹물만 든 자와 평생을 자기 멋대로 산 자의 만남.

35세 글쟁이와 65세의 '아무렇게나 사는 자'와의 우정을 그린 소설이다.


68세의 이 소설 번역자는 스스로 이렇게 밝혔다.

40년 동안 나는 끊임없이 곳곳에서 조르바와 조우했다. 그러는 사이에 젊어서는 미처 깨닫지 못했던 것들을 이해하게 되었다.

현세에 주어진 가치관에 매달려 눈앞에 출세나 이득을 추구하는 '밑바닥 인간'을 경멸하는 조르바의 삶이

얼마나 니체가 말하는 '빼어난 인간'과 흡사한지,

조르바의 말 곳곳에 "신이 죽은"뒤 권위에 의해 주어진 진리나 윤리도 없는 세상에서

인간은 '힘에 대한 의지'를 가지고 어떻게 자신의 가치관과 행동을 자주적으로 결정하고 살아나가야 하는지,

과거의 영광이나 미래의 행복보다는 지금이라는 순간의 행복을 중하게 여기고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지혜가 드러난다.


우리의 삶이 시시포스의 바위 굴리기같이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것'이라해도

그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삶의 실상이자 운명임을 받아들이는 조르바의 삶에 대한 긍정적인 자세,

그리고 산다는 것 자체를 낙타처럼 미련하게 묵묵히 받아들이기보다는 사자처럼 능동적으로 살아가고,

심지어 어린아이처럼 매 순간 경탄하고 즐기고 사는 조르바야 말로 진정한 니체적 '위버멘쉬'임을 젊어서는 미처 알지 못했다.

이제 그 긴 세월을 돌아와 다시 조르바와 만나니 이런 것들까지 보인다.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

더구나 '니체' 운운하니 더 아리송하기만 하다.



실로 얼마만에 책 한 권을 완독했는지 모른다.

읽다가 내팽기치고 나 몰라라했던 수많은 시와 소설들.

이 책은 차마 그럴 수가 없었다.

내 수준에는 상당한 인내와 굳은 엉덩이가 필요한 어려운 내용이지만

무언가에 끌리듯... 때론 속이 뻥 뚫리는 듯.

저 순간의 나라면 감히 엄두도 못 낼 일들을 한 치 망설임 없이 해치우는 조르바의 담력과 지혜에 그만 감탄하고야 만다.


삶에 대한 긍정. 능동적인 삶, 어린아이같이 순진하고 경탄하고 즐기는 조르바.

이런 삶이 그리웠는지도 모른다.

자유인.



'세상사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집값의 형평성  (0) 2018.06.18
天網恢恢 疏而不失  (0) 2018.06.16
周江 淸亭에서 逸誦 樂中이라  (0) 2018.06.15
여자는 이렇게 만들어졌다고 하네  (0) 2018.06.14
여자가 뭔지 알았단 말이오  (0) 2018.0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