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은 나무침대
책상.
그리고 배낭 하나.
한 평 남짓 작은 방
말 그대로 陋室(누실)이다.
이제 떠나야지.
기러기 울어 예는 하늘 구만리
바람이 싸늘 불어 가을은 깊었네
아, 너도가고 나도 가야지
한 낮이 끝나면 밤이 오듯이
우리의 사랑도 저물었네
아, 너도가고 나도 가야지
산촌에 눈이 쌓인 어느 날 밤에
촛불을 밝혀 두고 홀로 울리라
아, 너도가고 나도 가야지'
박목월 시인의
이 시에 서린 사연을 알고 나니 가슴이 짠하다.
어린 제자와 눈이 맞아 서울대 교수직도 버리고, 멀리 제주도로 도망친 남편.
그들을 찾아가 따뜻한 옷과 살림살이를 대 주는 본처의 넓은 아량.
비도덕적이고 잘못된 사랑.
조강지처 앞에 부끄럽다.
결국 시인은 어린 제자와 헤어지며 이 시를 남겼다.
'너도 가고, 또 나도 가야지.'
상상은 나래를 펴고
저 멀리 정선땅으로 내려간다.
어린 제자의 한이 서린듯 정선아리랑이 구슬프다.
당신은 거기에 있고서 나는야 여기에 있어도
말 한마디 못 전하니 수천리로구나.
당신이 생각을 날만치만 한다면
가시밭이 천리라도 신발 벗고와요.
당신도 두눈이 있거든 내 얼굴을 보셔요
도화 같이 피든 몸이 철골이 되었오.
"쏘맥에 취하여 살기엔, 인생이 너무 짧구나."
젊음과는 전혀 관계없는 白頭가
밤새 생각한 게
겨우 이런 정도의 '못이룰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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