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사군자 - 蘭

甘冥堂 2024. 2. 13. 18:09

사군자 그림의 주제는 君子이다.
불굴의 의지를 지닌 매화의 雪裏開花(설리개화),
고독한 향기를 지닌 난초의 空谷幽香(공곡유향),
대기만성으로 가을꽃을 피우는 국화의 傲霜孤節(오상고절),
사철 변치 않는 대나무의 綠竹猗猗(녹죽의의) 등은
군자라는 인격적, 이념적 가치와 梅蘭菊竹(매란국죽)의 생태를 동일시한 것이다.
 
이 주제는 군자를 이상적 인간상으로 삼은 식자층에서 나오게 되었다.
지필묵으로 공부하며 시를 짓고, 글씨를 쓰던 그들은 묘사법을 배운 적이 없었고,
그러고 싶지도 않았기 때문에 사군자는 간단한 먹그림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평생 손에 쥔 붓(筆)과 먹(墨)이었기 때문에 그들은 필묵의 수준에 대해서는 도사들이었다.
무어라 언어로 규정하기 어려운 산 지성의 뼈(骨)와 피(血)의 개성이라고 할
필묵 자체의 아름다움이 문인화의 가장 큰 특징이다.
 
청나라 양주팔괴 중 판교 정섭의 시를
打盆入山(타분입산) 네 글자로 줄인 “화분을 깨고 산으로 들어가리라'라는  액자가 있다.
 
난을 산에서 데려와 화분에 모신 것은 향기 때문이다.
향기에 대해 말하자면 난초를 따라갈 꽃이 없을 것이다.
그래서 幽蘭(유란) 香蘭(향란) 香祖(향조) 香之祖(향지조) 第一香(제일향) 등의 이름이 있지만
난초꽃 향기는 어떤 이름과 말로 그 느낌을 형용하기 어렵다.
 
‘물을 주고 볕을 쪼여주고 잎을 닦아주고 조석으로 시중’드는 일은
곧 나의 심신을 기르는 일이어서
‘養蘭而養身(양란이양신)’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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