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봄비 속을 걷다

甘冥堂 2024. 5. 13. 07:16

ㅡ 류 시 화 ㅡ

  봄비 속을 걷다
  아직
  살아있음을 확인한다

  봄비는
  가늘게 내리지만
  한없이 깊이 적신다

  죽은 라일락
  뿌리를 일깨우고
  죽은 자는 더 이상
  비에 젖지 않는다

  허무한 존재로
  인생을 마치는 것이
  나는 두려웠다

  봄비 속을 걷다
  승려처럼 고개를 숙인
  저 산과 언덕들

  집으로 들어가는
  달팽이의 풀들

  구름이 쉴 새 없이
  움직인다는 것을
  비로소 알고 여러해 만에
  평온을 되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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