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지어.
어떻게 발음해야하나. 남들 앞에서 좀체로 입을 열기가 멋적은 단어.
옛날 기생들은 속치마단으로 가슴을 가렸다는데.
어느 쌀쌀한 겨울.
객장안으로 들어 오신 할아버지로 인해 온 사무실이 발칵 뒤집힌적이 있었다.
빨간 마스크의 할아버지.
따님이 쓰던것 것인지 빨간색 브래지어 한쪽을 잘라 마스크로 만들어 쓰고 오신것이었다.
이걸 만들어 주신 할머니의 기발한 착상도 기가 막힌 것이었다.
얼마나 실용적이고도 아름다운 모습이냐?
직업이 속옷 관계 일을 하시는 분들을 제외하고
하루에도 2~30 명의 여성들의 브레지어끈을 풀어야하는
행복(?)한 사나이도 있다.
엎드리세요.
끈을 풀르는 손길이 자상하기도 하다..
이쯤해서 소설 쓰려는거 아냐 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거리가 멀다.
괜히 부러워 마시라.
아가씨에서부터 할머니에 이르기까지 그들을 어루만져야하는 손길은 항상 바쁘기만하다.
너무 느슨한 할머니, 너무 꽉 조인 아가씨, 넉넉한 아줌마..
새것, 오래된것, 아주 낡아 못쓰게 된 것.
여미는 곳의 고리도 각양각색. 고리가 두개, 세개, 찍찍이. 비닐 끈...
녹슬어 잘 안 빠지는 오래된 브래지어. 아예 실로 꿰메버린 브레지어 끈.
엉성한 봉제 기술에서, 이 나라는 도대체 이런 것 하나 제대로 못만드나?
아줌마의 두껍고 구부러진 어깨를 메만질때에는 이유없는 화가 치밀기도 한다.
이 아줌마의 어께에 실린 삶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웠으면 이 끈이 다 닳아 낡아 빠질 정도가 되었을까?
그 흔한 것 하나 살 여유도 안되시는 형편.
아줌마, 부끄러워 마.
오늘, 옷을 벗어 올리기를 머뭇거리는 아줌마의 모습에서 고단한 삶의 단면을 본다.
마음같아서는 깨끗하고 튼튼한것, 그리고 예쁜 빛갈의 이것을 몇개씩 사드리고도 싶다.
나 이담에 사업을 한다면 브래지어 공장을 지어야 할까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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