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부가 이별 할 때에 눈물을 보이면 안 된다.
우리네 옛 사람들은, 사나이는 일생에 눈물을 세번만 흘린다라고 했다.
아무때나 눈물을 흘리면 절대 안되는 것이었다.
그 세번이란 세상에 태어날 때 한번, 부모가 돌아가실 때 한번,
그리고 마지막 한번은 본인이 죽음에 임했을 때의 회한의 눈물이라 했다.
그 눈물이 얼마나 귀한 것이길래 하다 못해 화장실에도
'남자가 흘리지 말아야 할 것은 눈물만이 아니죠?' 하는 패러디 계몽 문구를 만들었을까?
그러나
이별 앞에 비록 흐르는 눈물은 없다 하더라도 저 깊은 심연에서 흐느끼는 한가닥 단심 까지야 없을 수 있나?
여러분들과의 마지막 모임이라 생각하니 마음이 아려 온다.
그러나 會者定離라고 만난 자 반드시 헤어지게 마련이다.
몇 해를 함께 웃고 함께 고생하던 이들과의 이별은 못내 서운한 것이다.
영원한 이별은 아닐지라도 지금까지의 순수하고 서로를 격려하고 보듬어주던 그런 아름다운 우정을
이별후에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 듯 싶다. 그래서 더욱 애틋하다.
여러분들로 인하여 60Km의 걷잡을 수 없는 내 인생의 속도를 40km 이내로 줄인 것이다.
그 흘러감를 몇 년간이나마 더디 가게 해 준 것 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이다.
이윽고 세월이 더 지나 어,어? 할때 쯤이면 여러분들도 이를 이해하리.
바라는 것이 하나 있다면, 동학들의 고운 모습에 책 한권이 들려 있어, 그리하여 이 세상 끝나는 날까지
배움의 끈을 놓지 않을 수 있다면 그 인생은 성공한 것이니, 오직 그것 하나 바랄뿐이다.
여러분 안녕.
만남은 비록 늦게 늦게 만나게 되었지만 헤어짐은 순간이니, 어찌 사람의 힘으로 그리 되겠소.
行止는非人也天也라, 행하고 멈춤이 어찌 사람이 맘 먹은 대로 되겠소? 모두 하늘의 뜻이지.
이별할 순간에, 내 이 시를 인용하리라. 한 수를 옮겨 본다..
離別 / 陸龜夢
丈夫非無淚 (장부비무루) 대장부도 눈물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不灑離別間 (불쇄이별간) 이별할 때 흘리지는 않는다
杖劍對樽酒 (장검대준주) 칼을 짚고 술그릇을 대하니
恥爲游子顔 (치위유자안) 나그네의 설은 얼굴하기 수치스럽다
蝮蛇一螫手 (복사일석수) 독사가 손을 한번 물었다면
壯士疾解腕 (장사질해완) 장사는 속히 팔을 잘라내는 법
所思在功名 (소사재공명) 생각이 공명에 있으니
離別何足歎 (이별하족탄) 이별쯤으로 어찌 탄식하리?
장부의 비장한 이별을 읊은 시이다. 정든 사람과의 이별은 언제나 가슴 아픈 것,
큰 뜻을 품고 떠나는 사나이가 쉽사리 서글픈 얼굴을 하고 눈물을 보일 수는 없다.
독사에 물렸을 때 전신을 구하기 위하여 물린 팔을 잘라내는 듯한 결의로
이별의 슬픔을 억누르고 길을 떠난다는 것이다.
님의 침묵에서는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라고 했다.
그러나, 이별의 순간은 짧아야 하는 법.
再見이란 단어도 짧고 단호하게 발음해야 한다.
나는 오늘, 팔이 아닌 염통(?)을 도려 내 놓고 여러분 곁을 떠나려 한다.
다시 한번.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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